확대 l 축소

전주시 새 청사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

지난 달 초 전주시청 로비에서 물 폭탄이 떨어져 민원인들이 대피하는 소통이 벌어졌다. 천장에 설치된 낡은 냉난방 배관 연결 부분에서 누수가 일어나 다량의 물이 흘러내려 로비 전체 규모로까지 번진 것이다. 최근에도 전주시청 로비에 있는 의자와 책상 사이에는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담기 위한 양동이들이 비치됐다. 우기에 곳곳에 누수가 발생하면서 벌어지는 진풍경이다.

냉난방 설비와 전기설비, 창호, 화장실 교체, 낡은 공간 재단장 등 수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되풀이되고 있다. 비용 낭비도 만만치가 않다. 청사 보수비용으로 2019년 8억 4650만원, 2018년 6억 7850만원, 2017년 8억 7908여만원 등 매년 10억 가까운 예산을 허비하고 있다.

1983년 건립된 전주시청사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서 정한 기준 면적 1만9098m²보다 8055m²가 부족한 상황이다. 건립된 지 37년이 흐르다 보니 시설 노후에다 행정수요까지 크게 늘어나 한계상황에 다다른 지 오래됐다. 이에 따라 부서 절반 가량이 인근 현대해상·미래에셋대우 빌딩에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임차료만 12억원 가량이 나간다. 청사 수선 및 임대료로 연평균 20억 원이 지출되고 있다.

주차시설은 또 어떤가. 지하주차장에 들어가면 숨이 콱콱 막힌다. 바늘 하나 꽂을 틈도 없다. 시청 공무원이 677명인데 주차대수는 137면 밖에 되지 않는다. 민원인이 활용할 주차공간은 아예 없다. 시를 찾는 민원인들의 짜증과 불만이 말할 수 없이 크다.

낡고 불편한 시청사 이전 신축 내지 증축 등에 대한 논란은 오랜 기간에 걸쳐 숱하게 제기돼 왔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이달 초 김승수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시청사에 대한 구상을 묻는 질문에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외부에 공개하면 혼란이 뒤따를 수 있다”고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조촌동에 건립하려던 제2청사도 용역비 1억원도 전액 삭감돼 차질을 빚는 상태다. 제1,2청사 분산에 따른 비효율성·시민 접근성 문제, 의회와 공감대 부족이 계속 지적됐기 때문이다.

전주시의 입장이 모호한 상황에서 시의회 내부 시각차, 시민들의 이전 촉구와 존치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주시 재정상황을 감안할 때 청사신축에 예산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 부정적인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주시청사는 전주시의 중심기관이며, 중추시설이다. 지역의 공공공간으로서 역할도 요구된다. 오늘날의 공공청사는 행정과 대민업무뿐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복지 등 복합 용도로 활용되는 추세다. 전주시는 업무 생산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시설 노후와 비용 낭비가 심한 현 청사를 대체할 새 청사 계획을 내놓아야 할 때다. 시민들이 쉽게 찾고 소통할 수 있는 청사를 마련하는 데 중지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