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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싸움 김제시의회, 시민들 원성이 들리지 않는가

김제시의회의 파행이 걷잡을 수가 없다. 의원 간 막장 ‘불륜 스캔들’에서 비롯된 김제시의회의 진흙탕 싸움은 후반기 의장단 선거 전후로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 일부 의원의 밀실회합 의혹이 불거지면서 급기야는 ‘의원 총 사퇴론’까지 나왔다. 주민들에 의해 선출된 지방의원들이 주민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자기들 식 방식대로 총 사퇴를 운운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시의회를 향한 김제시민들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어디 김제시민들 뿐이겠는가. 타 지방에서도 김제시의회는 ‘조롱’의 대상으로 낙인 찍혔다. 이럴 때마다 단골 메뉴처럼 나오는 말이 ‘지방의회 무용론’이라는 것인데, 이제 이런 표현도 낡고 식상해 가슴에 전혀 와 닿지 않는다.

후반기 첫 임시회를 하루 앞둔 지난 28일 김제시의회는 제2라운드 진흙탕 싸움의 현장을 여실히 보여줬다. 주류와 비주류 의원들이 시간대를 달리해 연달아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의 입장을 밝혔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6명의 의원들은 “시의회가 의원 간 불륜 스캔들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으며, 시정을 견제·감시해야 할 시의원들이 오히려 시민들의 마음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상처를 주었다”며 “전체 시의원은 자격이 없으므로 하루속히 현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고 전원사퇴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원 사퇴 요구에 온주현 의장은 “사퇴의사가 없다”며 “사퇴요구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사퇴서를 제출하면 수리 하겠다”고 나서 불에 기름을 부었다. 이는 같은 자리에서 “시민들의 준엄한 목소리에 대해 가슴 깊이 받아들이며 사태 해결을 위해 동료의원들과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그의 사과가 진정성이 없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다른 한 쪽에서는 김제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왜 부끄러움은 김제 시민의 몫이어야 하는가?’라는 입장문을 발표하며 의회를 강하게 질타했다. 김제농민회 등 김제지역 9개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모든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의원 중 누구도 구성원으로서 연대의 책임을 통감하고 시민들에게 사과와 자성의 목소리를 낸 의원이 한명도 없었다”며 “이것은 의회의 민낯을 보여주는 것으로 의원은 시민들께 사죄하고 스스로 사퇴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지방의회 의원들이 처신을 제대로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일은 무수히 많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원의 일탈 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불륜관계를 저질렀던 남‧여 의원을 제명했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리 없다. 그렇다고 김제시의회만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도 없다. 지방의회가 부활해 출범한 지도 어느 덧 30년이 됐다. 사람 나이 30세면 자립하고도 남을 시기인데 지방의회는 아직도 ‘유아(乳兒)’의 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식상하지만, 진정으로 다시 한 번 되물어 보자. 과연 지방의회는 필요한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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