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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 볼모로 한 의료계 파업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해 의료계가 6년 만에 파업에 나섰다. 지난 7일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가 중심이 된 파업은 우려한 만큼 진료 공백이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나 다행이다. 이날 파업에는 1만6000명의 전공의 중 70%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대전협은 추산했다.

이번 전공의 파업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문제는 오는 14일 국내 최대 의료계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는 점이다. 의협은 동네의원 등 개원의를 중심으로 13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이 파업에 나설 경우 당연히 의료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하고 사회 전반에 미치는 파장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의료계가 파업을 선언한 명분은 정부가 2022학년도부터 의대 입학정원을 늘려 10년 동안 4000명의 의사를 추가 양성하겠다는 방안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의료전달체계 등 근본적인 제도 변화 없이 의사 수만 늘릴 경우 의료의 질만 떨어뜨린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한국의 의사 인력이 절대 부족하고 지역불균형이 심하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는 의료진 부족과 지역 불균형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우리나라 의사는 인구 1000명당 2.4명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3.5명을 크게 밑돈다. 의대 정원은 인구 고령화 및 의료 수요 확대, 필수인력 공백 현상, 감염병 확산 추세 등을 감안하면 진즉 확대했어야 했지만 의료계 반대로 15년째 동결돼 왔다. 의대 정원이 2006년 이후 40개 의대(의전원 포함) 3,058명으로 묶여 있는 사이 의료 격차는 더 벌어진 셈이다. 게다가 의사들이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역 간 의료 편차가 극심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구 경북지역 의료진이 부족해 다른 지역 의료진이 달려가 급한 불을 꺼야 했던 것을 국민 모두 기억하고 있다. 최근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정원 확대 찬성 의견이 58.2%로 반대(24.0%)보다 월등히 많았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의료계가 파업을 강행한다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한 집단 이기주의로 비칠 측면이 있다.

해외에서는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을 ‘K방역’이라며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의료계는 코로나19 방역으로 쌓아온 신뢰를 허물어서는 안 된다. 의협과 전공의들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집단행동은 옳지 않다는 다수의 여론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 역시 의대 정원 확대가 근본 처방이 아니라는 의료계의 주장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의료체계를 뒤흔드는 정책을 당사자들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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