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례없을 정도의 집중호우로 한반도가 온통 물바다로 변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국민들의 피로도가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서 기록적인 폭우까지 덮쳐 삶의 터전까지 잃은 주민들의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수해지역이 광범위하고 그 정도가 중한 곳이 많아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일도 쉽지 않다. 주택과 차량 침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며 집이 무너지고, 길이 끊기고, 진흙밭이 된 농경지에 과수가 송두리째 쓸려나가는 등 생활의 근간이 무너졌다. 피해가 집중된 곳은 복구의 의지를 갖지 못할 정도로 처참한 지경에 처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사망자는 34명, 실종자 14명에 달했고, 전국 11개 시도에서 6천9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도로와 교량 4천300여 곳과 주택 4천여 채가 비 피해를 입었고, 농경지 2만 5천여ha가 물에 잠겼으며, 718곳에서 산사태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렇게 많은 인명 피해를 입은 것은 호우(77명)와 태풍(1명)으로 78명이 사망·실종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7~9일에는 남부지역 곳곳에서 500㎜ 안팎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섬진강과 낙동강 둑이 터졌다. 전주기상지청에 따르면 지난 8일 순창에는 361.3㎜의 비가 내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순창에서 일 강수량이 가장 높았던 날은 2010년 8월 17일로 126㎜였다. 같은 날 남원 역시 일 강수량은 289.4㎜로 1972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비가 내린 2004년 8월 18일(218㎜) 기록을 훌쩍 넘었다. 이날 쏟아진 물 폭탄으로 섬진강 제방이 무너져 남원시 금지면 7개 마을이 침수되고 1천700명 이상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장수에도 8일 237㎜의 비가 내렸다. 이전까지 장수의 일 강수량 기록은 2002년 8월 31일에 내린 182.5㎜였다. 장수에서는 산사태로 부부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일어났다.
장마와 태풍은 매년 어김없이 반복되는 천재지변이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지만 상습 피해 취약지구에 대한 사전 예방에 만전을 기한다면 얼마든지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대부분 피해를 입는 지역이 매번 비슷한 현상을 되풀이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기습적인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사전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 외 달리 방법이 없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보다 항구적인 수해대책을 마련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정치권도 모든 정쟁을 뒤로 하고 수해 예방과 피해 복구, 구호 및 지원에 초당적 협력에 나서야 한다. 당장 이번 집중호우로 생활터전을 잃은 이재민에 대한 지원과 피해 복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달 중순쯤 장마가 끝나면 하순부터 두 세 개 정도의 태풍이 상륙할 것으로 예보돼 있다. 이에 대한 대비도 동시에 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