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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파업 정당한지 의사들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등의 방침에 반발해 지난 14일 총파업을 강행했다. 앞서 지난 7일에는 인턴, 레지던트 등 대학병원에서 수련하는 전공의들이 하루 동안 집단 휴진을 벌였다. 이어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는 강의와 실습을 거부했다. 이게 끝이 아니다. 21일부터는 전공의들이 다시 무기한 업무중단에 돌입한다고 경고했다.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 의료계 집단 반발인 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국민의 불안감과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이런 암울한 시점에서 의료인들이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집단행동 카드부터 먼저 꺼내 든 것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이 땅에 ‘히포크라테스 선서’ 따위는 부끄러운 유물로 땅 속 깊이 묻힌 지가 이미 오래 전이라지만, 거대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은 이제 관행화되고 권력화 되다시피 했다. 최상위 엘리트 계층인 의료계의 막강한 권위와 존재감에 정부도 이들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했던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환자를 병상에 두고 거리로 뛰쳐나오는 이들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그렇다고 의료인들에게 ‘본분’과 ‘양심’을 호소하기엔 이들은 이미 너무 ‘세속적’이 돼 버렸으니 정부로서도 난감할 뿐이다.

의협은 의대 정원 확대 철회를 포함해 5가지 요구 조건을 걸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보건의료 발전계획 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만 수용 의사를 밝혔다. 5가지 요구 조건에는 ‘공공의대 설립 계획 철회’도 포함돼 있다. 우리나라의 의사 수 부족과 지역 간 의료격차, 공공의료 취약성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역대 정부가 이 문제를 줄곧 방치해오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아 뒤늦게 내놓은 게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정책이다. 그동안 몰랐던 것도 아니지만 코로나 사태가 터진 뒤 국민들은 국내 의료진 부족을 절감했다.

현재 의대 정원은 한해 3058명으로 2006년 이후 20년째 동결된 상태다. 오는 2022년부터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늘린다는 게 정부 방안인데 의협은 이를 극구 반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부족하고 지역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극심하다는 사실은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알게 됐다. 코로나19로 공공의료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피부로 느낀 상황에서 의협의 공공의대 설립 철회 요구도 어불성설이자 이기주의의 극치라 할만하다. 더욱이 코로나19로 국민들이 하루하루 불안에 시달리고 생명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파업에 나선 것은 의사 본연의 임무는 물론 직업윤리까지 팽개치는 행위다. 의료계도 필요하면 당연 파업을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그 사유가 정당하고 국민들을 설득할만한 것이어야 한다. 의협의 이번 파업에 공감할 국민이 몇이나 될지 의사들 자신들에게 솔직하게 되물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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