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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강 단죄비 설치에 대하여

한반도에 사는 우리 민족의 누구나가 느끼는 것이 바로 일본과의 관계이다. 일본을 왜(倭)라고 표현할 만큼 일본은 한반도의 우리 민족에게 많은 혜택을 받기도 하면서 또 끊임없이 우리를 괴롭혔던 민족이다.

고려말부터 왜구의 침략이라고 할 만큼 사료에 남아 있으며 세종대는 대마도를 정벌했던 기록도 있었지만, 지리적 관계로 어쩔 수 없이 일본은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임진왜란을 비롯한 수많은 한반도 침략의 원흉으로 지금도 우리 역사 속에 자리 잡고 있다.

구한말 일제는 우리의 국력이 쇠락한 틈을 타서 매국노 몇 명이 나라를 팔았던 한일합방이라는 국치일이 지난 8월 29일이었는데 이처럼 일제강점기하에서 국가와 민족을 배신하면서 일제에 협력했던 친일파들이 아직도 엄연하게 우리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에 놀라울 따름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였는데 우리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하여 친일파들이 우리 민족에게 해악을 끼친 사실을 상기하면서 전북 도내의 친일파들에 대한 단죄에 나섰고 여기에는 정치와 경제뿐만 아니라 대표적인 문화계 인사들까지도 포함되어 있다.

우리는 전북 출신으로 문학적 감성을 가진 시인 중 대표적인 김해강 시인이 있었고 지금 전주 덕진공원 내에 김해강 시인을 기리는 시비가 세워져 있다. 그런데 전북 도내의 민족문제연구소 전북지부와 광복회 전북지부가 8월 29일 김해강 단죄비의 제막식을 가졌다는 소식이다.

김해강 시인은 ‘전북 도민의 노래’, ‘전주 시민의 노래’를 작사하는 등 오랫동안 지역에서 존경받는 문인으로 평가받았으나 일본 자살특공대를 칭송한 시인 ‘돌아오지 않는 아홉장사’ 등을 비롯한 친일 작품을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광복회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하에서 저항 시인이었던 이육사나 김소월 등의 이름이 자랑스러운 문학의 시인으로 등재되어 있었던 반면 친일파 시인으로 드러난 김해강에 대한 단죄는 어쩌면 우리 사회의 비극이면서도 청산해야 할 친일의 잔재이기에 마땅하다.

사실은 김해강 시비를 완전히 덕진공원에서 철거해야 마땅하지만, 그의 문학적 감성에 대한 것 가지도 철거할 수 없었는지 그 옆에 단죄비를 세우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이제 전북 도내의 친일파 인사들에 대한 단죄가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근현대사에서 무력에 의한 총칼보다도 더 잔인한 것은 바로 정신적 감성을 세뇌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세뇌의 방법에 문화계 인사들이 동원되었고 그들에게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우리 민족을 아류의 민족으로 전락시킨 죄는 역사와 함께 처단되어야 마땅하다.

혹자는 일제 강점기하에서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항변할지 모르나 차라리 붓을 꺾고 절필 선언을 할지언정 민족 자존심과 기개는 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이처럼 문화의 전향은 그 반향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김해강 단죄비의 설치를 계기로 다시 한번 일제에 부역했던 사실이 드러난 인사들이 나타날 경우 그에 상응한 조치를 바라며 민족 자긍심의 회복을 위한 확실한 행위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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