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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중립성 보장돼야

28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6차 회의에서 두 명의 후보자가 추천돼 대통령의 재가와 인사청문회를 거치면 공수처가 출범하게 된다.

국회와 시민단체 등이 지난 1996년 처음 고위공직자들의 부정부패법을 요구한 지 24년 만에 공수처란 새 이름으로 탄생한 것이다. 새로운 기구를 제도적으로 안착시킨다는 게 이렇게 긴 세월이 걸린다는 것을 공수처가 보여줬다. 법 앞에 누구도 특권과 반칙을 없애자는 게 공수처이다.

특히 고위공직자와 가족들에게 엄정한 법의 잣대를 적용하겠다는 게 공수처이다. 우리나라는 어찌 보면 역사 이후 뿌리 깊은 특권 계급이 존재해왔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그랬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들만의 특권을 누리면서 반칙을 서슴없이 자행해왔다.

대통령이라는 직책을 이용해 본인과 관련된 소송 사안을 대기업을 동원해 소송비를 대납하게 하고, 섭정이나 다름없는 여인에 휘둘려 수백억 원대의 말을 사게 강요하는 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누리는 특권이었다.

여권의 입맛에 맞는 공수처장을 내세워 검찰까지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봐야 한다. 헌법에 근거가 없는 공수처가 헌법기관들을 통제하고 무력화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정권의 눈 밖에 난 검사·판사 등을 수사하고 수사 이첩 요청권을 동원해 권력 비리 의혹을 덮어버릴 수 있다.

현실은 현실이다. 이번 국회의 공수처법 개정에 여권의 187명이 찬성했다. 공수처법은 개정됐고 공수처 출범은 기정사실화됐다. 공수처장 인사청문회에서 야당이 지연 전술을 펴겠지만 무한정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공수처 구성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된 정부·여당은 권한만큼 책임이 막중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말을 맞아 레임덕으로 이어질 엄중한 상황을 맞고 있다. 그럴수록 민심 이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진정한 사과와 함께 인사 및 국정 쇄신을 통해 법치를 다시 세워야 한다. 중립성이 보장되지 않는 공수처는 당초 약속과 다르므로 결자해지 차원에서 철회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선거에서 민심의 심판을 받는 것은 물론 역사의 단죄를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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