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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 이루다 논쟁…AI시대 반면교사 삼아야

국내 스타트업이 개발한 인공지능(AI) 채팅로봇 ‘이루다’가 잡음 끝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출시된 지 불과 20일 만이다. 페이스북 메신저로 AI와 채팅하는 서비스인데, 스무 살 여대생으로 설정된 이루다는 신조어나 의성어를 섞어 쓰는 등 상당히 자연스러운 대화 능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루다는 20일 동안 성희롱, 혐오 발언, 개인정보 유출 의혹 등 많은 문제점과 논쟁거리를 쏟아냈다.

애초 스캐터랩은 이전에 내놨던 메신저 서비스에서 확보한 연인 간의 대화 데이터 100억건을 이루다에 학습시켜 최대한 사람을 닮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문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추상화할 수 있는 딥러닝 기반의 자동학습 능력을 통해 일부 사용자의 악의적인 이용 행태까지 거르지 않고 습득한 탓에 이루다가 차별·혐오 발언까지 흉내 낸다는 점이다.

AI는 이미 우리 삶 속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AI를 장착한 청소 로봇이 집 안 구석구석을 누비며 쓸고 닦는 일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 스피커 속으로 들어간 AI는 아직 서투르지만 나름 개인비서 역할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생활형 AI 외에도 판사의 판결을 돕는 법률 AI, 의사의 진단을 돕는 닥터 AI 등 다양한 전문 영역 속에서 AI가 이미 맹활약하고 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공지능의 윤리 기준에 대한 더욱 근본적이고 광범위한 논의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데이터를 활용하는 인공지능의 발달 속도는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빠른 반면, 거기서 파생되는 문제를 제어할 기술 개발은 더디기만 하다. 개별 업체의 노력만으론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며, 이를 방치하면 자칫 통제 불능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달 말 인간의 존엄성, 사회의 공공선, 기술의 합목적성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인공지능 윤리 기준’을 마련했다. 이 원칙들이 허울 좋은 탁상공론이 되지 않으려면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참여해 실질적인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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