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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후진국 벗어나려면 CEO 인식 전환이 먼저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2일 산업재해가 많은 9개 대기업 대표를 불러 산재 이유와 재발 방지책을 따지는 청문회를 처음 열었다. 산재를 줄이자는 사회적 요구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피고 해법을 찾는 자리였다.
 
최근 포항제철소 사고를 비롯해 5년간 산재 사망자가 44명에 이르는 포스코는 안전대책으로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책정했다면서 왜 이런 사고가 반복되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사망자 유족을 만난 적이 있느냐는 도의적 비난도 나왔다.
 
기업들이 안전 설비 투자를 늘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날 청문회에서 내비친 대로 당장 안전 설치가 어려운 현장은 어쩔 수 없다거나 아무리 안전 설비를 늘리더라도 작업자가 부주의하면 도리 없다는 생각은 모두 산재의 불씨다. 대표들이 인정한 것처럼 중대사고 피해의 다수를 차지하는 하청업체에 대한 감독, 관리 소홀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반복되는 컨베이어벨트 사고에서 보듯 무엇보다 '사람 목숨보다 작업 속도가 우선'이라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산재 후진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정부와 국회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위험의 외주화’라 불리는 하청 구조 문제가 치명적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만큼 제도적 개선책이 뒤따라야 한다.

기업들의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청문회를 개최한 게 시의적절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국회의 산재 감시는 연중 계속돼야 한다. 안타까운 노동자의 희생을 막기 위한 비용이라면 기꺼이 나눠지겠다는 소비자 의식도 정착돼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성장 위주 경제정책, 실적 우선 기업 문화에서 벗어나 산업안전 선진국으로 전환하는 길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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