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엔 ‘피의 일요일’이었다. 지난달 1일 군부의 쿠데타 이래 한 달 만인 28일,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에 실탄을 발포해 최악의 유혈 사태가 났다. 유엔인권사무소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이날 최소 18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현지 매체 보도는 이보다 많아, 양곤 등 9개 도시에서 확인된 사망자만 19명이고 미확인 사망자도 10명이라고 한다.
미얀마 군부는 한 달째 맞은 쿠데타의 빌미로 지난해 총선 부정선거를 들고 있다. 합법적 절차로 풀어 마땅한 시비를 군사 반란의 이유로 삼은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이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총칼로 짓밟은 것은 명백한 인권유린이다. 미얀마군이 새로 구성한 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각 정당에 지난해 선거 무효를 통보했다고 한다. 2015년 이후 두 차례 선거에서 참패해 지지를 잃어가던 군부가 시민을 제물로 삼아 권력 장악 절차를 시작한 것이다.
미얀마 군부의 폭주를 막을 효과적인 수단이 무엇인지 알기 어렵지만 적어도 국제사회가 이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 쿠데타 관련 인사 제재를 결정한 미국은 추가 제재를 경고했고, 유럽연합(EU)도 "대응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규탄 성명만이 아니라 제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미얀마에 영향력 있는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이 중립적인 태도나 군부와의 모호한 외교적 타협보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더 분명한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우리도 예외일 수 없다. 외교부가 세 차례 성명을 통해 폭력 사용 자제를 강력히 촉구했지만 “미얀마 군과 경찰 당국이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민간인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것을 규탄한다”며 군부를 지목해 비판한 건 지난달 28일 밤이 돼서였다. 40여 년 전 5·18 민주화운동을 겪은 우리로선, 더욱이 “오월의 전남도청 앞 광장을 기억해야 한다”는 문재인 정부라면 소극적일 이유가 없다. 국제사회의 노력을 적극 선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