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한 때 北 미사일 도발, 외신 통해 알아야 한다니
북한이 지난 21일 순항미사일 두 발을 발사한 사실이 사흘 만인 어제 미국 언론의 첫 보도로 확인됐다. 발사 시점은 미국 국무·국방 장관이 한국을 다녀가면서 대북 정책 공조 태세를 협의한 직후였다. 지휘소 훈련으로 축소되긴 했지만 한·미 연합 훈련이 막 끝난 뒤이기도 했다. 지난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 비방 담화에서 "잠 설칠 일거리를 만들지 말라"고 위협한 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군은 같은 순항 미사일이어도 북한이 지난해 4월 동해상으로 쐈을 땐 즉각 상세한 내용을 언론에 공개했었다. 그땐 공개하고 이번에는 숨기니 국민들로선 의구심이 드는 건 당연하다. 또 정보자산 노출 우려에서든, 한·미 간 합의에 따른 것이든 간에 양측이 발사 사실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으면 끝까지 지켜져야지 외신에는 왜 알려졌는지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미 당국을 통해 정보가 샌 것이라면 엄중히 항의해야 마땅하다. 일각에선 정세관리 차원에서 한·미가 북측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모른 척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오는데, 행여라도 그랬다면 북한 눈치보기가 도를 넘어선 것일 테다. 순항 미사일은 유엔 제재 대상에서 제외돼 별 게 아니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번 도발은 단순히 제원만 따질 일은 아니다. 저강도 도발이긴 하나 거의 1년 만에 미사일을 쏜 것은 뭔가 의도가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도발이고, 대북정책 검토 마무리 단계에서 발사한 것 역시 예사롭지 않다. 미 언론에 의해 북한의 도발이 공개된 것은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미 당국의 이견을 보여주는 징후일 가능성이 있다. 앞서 미 국무부는 인권보고서를 통해 표현의 자유 위축, 부패 의혹, 일부 자치단체장의 성추행 등을 들어 한국의 인권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북한 인권에 눈을 감는 문재인 정권을 우회적으로 질타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끝내 유엔 인권이사회의 북한 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 참여를 저버리고 미국과 다른 배를 탔다. 더 이상 미국과의 엇박자로 안보 불안을 키워서는 안 된다. 또 북한의 도발을 외신을 통해 알아야 하는 안보 현실은 정상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