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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의혹 김상조 전격 경질, 국정 일신 계기 삼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야단맞을 것은 맞으면서 국민의 분노를 부동산 부패 청산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며 부동산 부패 차단을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공직자 투기에 대해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국가 행정력과 수사력을 총동원해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파헤칠 것을 주문했고 부당이익은 철저히 환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 법이 제한하는 한도(5%)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전세보증금을 인상한 일로 전격 경질되면서 대통령의 부패 근절 의지가 빛이 바랬다.
 
전세금 인상이 불·탈법은 아니지만 김 전 실장의 처신은 여러모로 개탄스럽다. 그는 지난해 6월 취임 1주년 브리핑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실수요자 보호라고 부동산 규제 정책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임대차 3법 통과 이후인 지난해 11“(전세난이) 불편하더라도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했다. 그래놓고 정작 본인은 임대차 3법 시행을 목전에 두고 법이 제한한 5% 인상폭의 세 배 가까이 전셋값을 올렸다니 어이가 없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 전셋값 폭등으로 시민들이 전세를 얻을 수도, 주기도 어렵다고 호소했던 것을 생각하면 변명의 여지가 없다.
 
김 전 실장은 이날 거주 중인 전셋집 보증금 인상 자금을 마련하려고 어쩔 수 없이 전셋값을 올렸다며 제가 전세를 준 집도 그렇고, 사는 집도 시세보다 많이 저렴한 상태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관보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본인과 부인 예금만 14억원 이상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규제 정책을 주도한 상징적 인물인 김 전 실장이 스스로 입법 취지를 훼손했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국민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는 것은 규제 위주 부동산 정책이 집값 안정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위선적으로 부동산 수익을 추구하는 행태가 잇따라 드러난 탓이다.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이 내 집 마련은 힘들어지고 부동산 불로소득으로 인한 자산 격차와 신분제 고착이 강화되는 구조를 정부는 개선하지 못했다.
 
정부와 여당이 할 일은 엄중한 수사와 제도 개선을 공언한 대통령의 발언에 담겨 있다. 국민 여론은 금세 바뀌지는 않겠지만 정부와 여당의 노력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보궐선거만 지나고 보자는 임기응변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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