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을 자랑하던 한국이 하루아침에 백신 접종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우수 대응 국가로 꼽혔던 한국의 백신 접종이 지연되면서 ‘굼벵이(laggard)’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한국과 함께 굼벵이로 지목된 일본의 경우 화이자 백신을 9월까지 공급받기로 했다.
백신 수급과 접종을 둘러싼 상황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는 정부 발표와 달리 시민들은 11월 집단면역 목표와 멀어지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19일 현재 국내에 도입된 백신은 총 181만1500명분으로 계획 물량의 2.3% 수준이다. 상반기 도입이 확정된 904만4000명분의 절반 이상이 희귀혈전증 논란으로 30세 미만에겐 접종 금지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다.
여기에 각국의 백신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되고, 백신 부국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3차 접종(부스터 샷) 계획까지 밝히면서 백신 확보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당초 6월로 예정됐던 30세 이상 군·경·소방 등 사회필수인력 접종을 이달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30세 미만 접종 중단으로 여유가 생긴 AZ 백신을 고령층보다 인원이 적은 사회필수인력 접종에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접종순서 변경이 백신 공급상황 때문임을 토로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주 회의에서 “우리는 다방면의 노력으로 백신 수급의 불확실성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을 했다. 백신 접종 비상사태를 초래한 것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국정 농단이다.
여야는 국회 국정조사에 합의해 백신 확보부터 접종까지 모든 과정의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K방역 홍보를 그만하고 접종 차질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백신 확보를 위해 최일선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