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지재권) 면제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백신 지재권 면제는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AZ) 등 백신 개발에 성공한 제약사들의 특허권 행사를 유예 내지 정지해 다른 제약사들의 복제약 생산을 허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은 백신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재권을 한시적으로 면제하자는 국제사회의 제안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화이자와 모더나 등 자국 제약사들의 이익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뒤늦게나마 지재권 면제에 찬성해 백신 공급확대의 길을 연 것을 환영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당초 화이자 등 자국 제약사의 이익이 침해될 것을 우려해 지재권 면제에 소극적이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워 타국에 백신 공급을 주저하는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동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의 저개발국가에 자국산 백신을 제공하며 백신외교를 활발하게 펼치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백신 지재권이 면제되면 제약사의 특허권 행사가 정지돼 복제약 생산이 허용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춘 나라에는 더할 나위 없는 희소식이다. 심각한 백신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나라에도 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
미국이 물꼬를 튼 만큼 국제사회는 신속하게 관련 논의를 진척시켜야 한다.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들은 런던에서 회의를 열어 코로나19 백신 생산 확대를 위한 협력을 다짐했다. WTO는 제약사에 지재권 면제를 권고할 수 있지만 강제하지는 못한다. WTO가 회원국 만장일치로 지재권 면제 합의를 끌어낸 뒤 국제 여론을 환기해야 한다.
백신을 개발한 국가와 제약사의 이해 관계 때문에 백신 지재권 면제 합의에 도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시간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