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아프카니스탄 탈레반 집권과 여성

아프카니스탄이 미국을 비롯한 연합국으로부터 완전 독립하고, 자국민에 의한 정부가 들어섰다는 점은 매우 축하할 일이다.

아프카니스탄의 반군이었던 탈레반은 지난 8월 15일 미국이 수도 카불을 떠나자 카불에 진입, 텅 빈 대통령궁을 장악함으로써 20년 전에 내어준 정권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이같은 아프카니스탄의 독립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여성인권과 과거 친미 정권에서 참여했던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숙청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세계의 인권운동가들을 비롯한 각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론 탈레반 정부는 “과거 정부에 참여했던 관리들에 대해서 사면하고, 이슬람법에 따라 모든 여성들의 권리를 옹호하겠다”고 밝혔다.

탈레반 정부는 “아프가니스탄이 더 이상 분쟁의 전장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우리에게 맞서 싸운 모든 사람들을 사면했습니다. 적대감은 끝났고, 우리는 국제 사회와 문제가 발생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탈레반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 미국 백악관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탈레반 정부가 여성들에 대한 무자비한 탄압하고, 반대파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숙청과 살해 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탈레반은 엄격한 이스람율법에 따라 여성에 대해서 교육과 직업 활동을 금하고 있으며, 외부 출입시에 얼굴이 보이지 않도록 머리와 얼굴까지 덮는 ‘부르카’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같은 이슬람율법 정신에 따라 탈레반은 집권시기는 물론 정권을 빼앗긴 뒤에도 여성들이 취업하거나 얼굴을 드러내놓고 외부 출입을 할 경우 심한 경우에는 사살하거나 무자비하게 폭행을 하곤 했다.

때문에 아프카니스탄의 여성 인권 운동가로 전 정부에서 시장으로 활동을 한 27세의 자라파 가파리의 인터뷰가 세계를 울리고 있다.

가파리는 “탈레반이 오기를 그냥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나와 내 가족을 도와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며 “나와 내 남편은 그저 앉아 있을 뿐이다. 곧 탈레반이 와서 나와 나 같은 사람들을 살해할 것이다. 나는 내 가족을 떠날 수 없다. 내가 어디로 갈 수 있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가파리는 지난 2001년 미군의 아프간 침공으로 탈레반이 퇴각한 뒤 교육 기회를 누린 젊은 아프간 여성 세대의 상징적 인물이다.

가파리는 아프간 팍티아주(州)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인도 펀자브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지난 2014년 아프간 여성들을 위한 비영리 시민 단체(NGO)를 설립해 여성 인권 운동을 했다.

이에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지난 2018년 인구 35000명의 마이단샤르 시장에 임명, 아프간 역사상 최연소 여성 시장이 됐다.

하지만 가파리는 이같은 활동으로 ‘탈레반이 싫어하는 전형적 인물’로 낙인이 찍혔다.

가파리는 시장 취임 직후부터 사퇴를 요구하는 남성들의 괴롭힘에 시달렸고, 탈레반의 지속적 살해 위협을 받았다. 임기 첫날 성난 남성들이 돌과 장대를 들고 집무실로 몰려와 취임이 미뤄지기도 했다.

가파리 1명만의 문제이겠는가, 아프카니스탄에서 직업을 갖고 있거나 교육을 받고 활동한 여성을 비롯한 모든 여성의 문제이다.

아프카니스탄 탈레반 정부가 가파리를 비롯한 여성 및 전 정권 참여자 등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탈레반 정부가 밝힌 데로, 사면하고 공존공생하기를 기대해본다.

특히 탈레반 정부의 남성들을 이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어머니가 여성이라는 점과 자신들의 자녀들을 낳아주신 부인이 여성이라는 점, 자신들의 자녀 중 여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더불어 함께하기를 기대해본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