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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불립 - 無信不立

고전번역학자 박황희 칼럼
‘박통’에게 영혼이 털리고 ‘전통’에게 온몸이 털리고 ‘명박’에게 지갑이 털리는 고초와 수모를 당했지만, 그래도 나는 살아갈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토록 철석같이 믿었던 하나뿐인 희망 ‘문통’에게 배신을 당하고 난 뒤, 나는 그만 삶의 의욕을 잃고 말았다.

유신이 끝나자 영혼이 소생되었고, 삼청교육대가 폐지되자 육체가 회복되었으며, 다스의 주인이 구속되자 지갑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마침내~, 모든 것이 회복되어 차츰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하였다. 그러나 믿었던 친구의 결정적 배신으로 타고 남은 한줄기 실낱같던 희망의 등불이 일거에 꺼지고 말았다. 정치에 대한 ‘신뢰’가 여지없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그 결과는 감당하지 못할 참혹한 재앙이 되어 돌아왔다.

라틴어 명언에 ‘하늘이 무너져도 정의는 바로 세워야 한다(Fiat justitia, ruat caelum.)’라고 했던가! 그러나 비록 하늘은 무너지지 않았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이제 더 이상 ‘정의’를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박통의 ‘교활’과 전통의 ‘폭력’과 명박의 ‘탐욕’과 그네의 ‘무지’를 합한 슈퍼 괴물이 탄생한 것이다. 그것은 민족의 재앙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였다. 이 사악한 슈퍼 괴물을 탄생시킨 책임의 팔 할은 전적으로 ‘문통’에게 있다.

지금 또다시 수많은 국민이 생업을 포기한 채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있다. ‘문통’과 ‘민주당’은 일말의 양심과 염치가 있다면 자신들의 과오를 깨끗이 인정하고 광화문에 나와 촛불을 들고 지지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며 사죄해야 한다.

나는 아직도 ‘검사출신 윤 씨’가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현실을 차마 인정할 수가 없는데, 하루가 멀다고 유력한 정치인들은 끝도 없이 정치보복을 당하고 있다.

퇴임한 ‘양산 거사’는 이 수상한 시절에 아스팔트로 뛰쳐나와 촛불을 든 민중들을 보면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행여 거리에서 지갑 줍던 그 시절, 아름다운 탄핵의 추억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은 기어이 해낸 사람에게서 자신의 임기 이후 시대에 국민의 안위와 국가에 대한 우환의식(憂患意識)을 기대한다는 것은 애초에 난망한 일이다.

‘성군 놀이’에서 ‘자연인 놀이’로 업종을 전환한 채, 한가로이 개 끌고 산책이나 다니면서 SNS에 자신의 근황을 올리며, 신선놀음으로 세월을 보내는 그분의 기분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행여 국민과 지지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기라도 하는 것일까?

언론과 검찰 적폐에 대한 국정의 개혁이나 부패와 악습에 대한 수구의 청산에 결기를 보이기는 커녕 자신의 체면과 이미지가 우선이었던 그가, 과연 작금의 상황에 대해 일말의 양심과 염치가 있기는 한 것일까?

그가 재임 중 권력을 잡고서 자신의 소신과 신념대로 결기 있게 싸워본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더란 말인가? 그저 누구에게도 욕먹지 않고 비판받지 않으며, 오직 지지율에만 도취하여 자신의 체면과 안위만을 염려하던 사람이 아니었더란 말인가?

정의를 갈망하는 지도자는 결코 비판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리더는 ‘향원’에 불과한 자이다. 의로운 지도자라면 비판과 비난을 받을지라도 ‘옳은 것이라야 좋은 것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결기가 있어야 한다.

도대체 ‘정의’와 ‘개혁’ 그리고 동지에 대한 ‘신의’는 누가 저버린 것이란 말인가?

또다시 죽 쒀서 개 주는 일을 되풀이 해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이 ‘5년 단임’에 그칠 것이라 쉽게 착각하지 말라.

이 상태로는 당신들은 더 이상 대안세력이 되지 못한다. 국민은 어쩌면 이 부패의 고리가 20년 이상 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피 말리듯 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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