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도 벌써 여러 날이 흘렀다. 정치권에서는 누구의 잘못으로 발생한 사건인가를 놓고 책임소재를 규명하느라 국회 국정조사 등을 비롯하여 경찰 자체 내에서도 특수본으로 수사본부를 꾸려 지금 수사 중이다.
이러한 와중에 정부는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고선 영정이나 위패 등을 설치할 수 없도록 하고 국화꽃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라는 글귀로 분향소의 조문을 받고 있다. 야당에서는 영정이나 위패가 없는 이상한 조문, 그리고 리본에도 애도 표시가 없는 검정색의 리본만 채용하는 것에 문제를 삼고 있다.
누구의 발상인지는 모르지만, 얼핏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일부 단체에서는 최근 희생자들의 명단을 공개했다. 그랬더니 일부 유족들에게서 반발이 있었고 공개를 원하지 않는 유족들의 희생자 명단은 삭제하기도 했다.
그리고 SNS에서는 희생자 실명 공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각종 SNS에는 “유가족과 망자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자들이 진보를 참칭하는 세상이 됐다. 이태원 사고를 제2의 세월호로 만들려는 어처구니없는 범죄”, “매우 전형적인 인권 침해, 정치 과잉”이라는 등의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따라서 유족 동의 없는 희생자 명단 공개에 대해 경찰도 즉각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모 서울시의원은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단체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날 경찰에 고발했다. 그래서 경찰은 향후 ‘취득 경로의 불법성’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들 사이에서도 보수와 진보가 있는 듯하다. 명단 공개가 부적절하다는 의미와 공개해야 한다고 하는 주장에 서로의 입장이 상반되는 것을 보면 어느 주장이 더 일리가 있는지 매우 헷갈린다.
그렇다면 과거 세월호 참사에서부터 삼풍백화점 사고를 비롯한 각종 안전사고의 희생자 명단은 당시 왜 공개했는지 무척 궁금하다. 지금의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과 비슷한 형태의 안전사고임에도 왜 이번에는 유족들조차 희생자의 명단 공개를 꺼리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합동분향소에 희생자 영정이나 위패 등의 구체적인 적시가 없이 사고 이름을 두고 분향한다는 형태는 매우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진보 매체의 단체가 희생자들의 이름을 공개했고 경찰이 개인정보보호법등의 위반으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할 것으로 본다는 것에 대하여 매우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이번 참사는 개인의 희생에 따른 것이 아닌 사회질서에 관하여 공공성의 영역을 띠고 있기에 공분이 있었고 따라서 희생자들의 이름을 알고 추모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러한 명단 공개까지도 수사 대상이라는 것에는 할 말을 잃게 할 뿐이다.
이태원 참사를 지역 이름을 넣지 않고 사고가 발생한 날짜의 이름을 넣어서 10.29 참사라고도 부르는데 안타까운 생명 156명이 생을 달리한 것에는 명복을 빌면서 이들의 이름이 헛되지 않고 차후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