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후 전북’의 오명을 씻어줄 새만금에서 최근들어 연이어 낭보가 날아들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축조된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서 요즘 잇따라 이차전지관련 기업들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일부 기업은 이미 공장을 준공해 가동에 들어갔다.
서해바다 갯벌을 매립해서 용지로 조성한지 실로 30여년 만에 이뤄지고 있는 놀라운 현상이다. 미국의 서부개척시대에 ‘골드러시’가 있었다면 요즘 새만금에서는 ‘기업투자 러시’가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언필칭 대한민국 상전벽해의 현장이 새만금이 아닐까 싶다.
어제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서는 이차전지소재 전해질 생산기업인 이피캠텍이 제조공장을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 기업은 새만금에 총 1천2백억원을 들여 전해질 생산 체계를 구축할 예정인데 이번에 준공한 공장은 7백억 원을 들인 1단계 사업으로, 나머지 2단계 사업은 5백억원을 추가 투자해 2026년에 완공한다.
이피캠텍은 이번에 준공한 공장에서 전해질 및 첨가제를 연간 1천5백t 생산하고 2단계 공장까지 들어서면 생산량은 연간 4천t 규모로 증가하게 된다. 이 공장의 가동으로 신규 일자리는 1백여 개가 만들어지고 이차전지 관련 산업 성장, 수입 대체 효과 등도 뒤따를 것이다.
이와 함께 얼마 전에는 SK온에 이어 LG화학이 이차전지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전구제 생산공장을 짓기로 하면서 새만금이 이차전지 소재 공급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LG화학과 중국 화유코발트는 최근 전북도 등 관련 기관과 대규모 전구체 공장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으로 두 회사는 2028년까지 총 1조2천억원을 투자해 새만금산단 6공구 33만8천㎡ 부지에 전구체 공장을 짓는다.
올해 12월 착공해 2026년까지 연간 10만 톤 규모의 전구체를 생산하고 메탈을 정련하는 설비를 만들어 전구체 소재인 황산메탈도 생산한다. 여기에 7백여명의 인력이 채용된다고 하니 우리 전북으로써는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LG화학이 입주하는 새만금산단의 경우 지이엠코리아뉴에너지머티리얼즈(SK온·에코프로머티리얼즈·중국 GEM 합작법인, 전구체) 등 이차전지 분야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기업들이 집적화를 이룬다. 이렇게 되면 밤을 낮 삼아 돌아가는 공장 불빛이 불야성을 이뤄 칠흑같은 서해바다를 훤히 비출 날을 곧 목도하는 진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요즘 세계는 탄소중립 정책으로 전기차를 필두로 한 친환경차 판매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부품·소재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지고 있어 앞으로 새만금을 찾는 기업은 늘어날 것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 중국, 일본은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북도가 이차전지산업을 신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정부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시의적절한 일이다.
아무튼 전북이 글로벌 이차전지 소재 공급기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생산·공급망 구축, 인력 수급, 기업 지원체계 구축 등이 필요하므로 전북도는 유관기관과 협력해 이런 과제를 하나씩 해결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