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고 있다시피 전라도 특히 전북을 중심으로 근대화시기인 구한말에 당시에는 동학난이라고 불렀지만 지금은 용어가 동학농민혁명으로 바뀐 커다한 역사의 물줄기 있다.
그래서 이번에 동학농민혁명 129주년을 기념해 세계 근대혁명을 소재로 한 국제포럼이 전주에서 열렸다. 동학의 세계화를 위해 마련된 이번 포럼에서는 한국과 독일, 영국, 캐나다 등 여러 나라의 혁명이 미술을 매개로 소개됐다.
이번에 전주시와 전주국제혁명예술포럼조직위원회는 지난 2일 전북대학교 건지아트홀에서 ‘제3회 전주동학농민혁명기념 세계혁명예술 국제포럼’을 개최했다. 이는 지난 2021년 ‘혁명문학과 영화’로 시작된 전주동학농민혁명 세계혁명예술 국제포럼에서 지난해 ‘혁명의 노래’에 이어, 올해는 ‘혁명의 미술’을 주제로 열린 것이다.
누군가가 아직도 동학농민혁명이 미완이라고 하는데 정신적 가치만으로도 이제는 완성의 혁명이 되고 있다. 이번 포럼에서는 먼저 농민화가이자 동학농민혁명 연작판화를 일생에 걸쳐 그리고 있는 박홍규 화백이 ‘그림으로 보는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주제로 기조 발표를 맡았다.
그동안 박홍규 화백은 대학 졸업 후 전북으로 내려와 농민운동에 투신해 농촌과 농민에 대한 그림을 그려왔는데 20여 년 이상 농민신문에 만평을 그렸다. 특히 지난 20여 년 동안은 동학농민혁명과 당시의 농민들을 그리는 일에 매진해왔다.
그리고 한국의 대표적인 미술운동가이자 화가 홍성담이 ‘현대 아시아의 미술’을 주제로 마지막 발표를 맡았는데 홍성담 화백 역시 한국을 대표하는 민중화가로 광주 출신으로 학생 시절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직접 참여했고 이후 미술운동에 참여했다.
지난 1989년에는 ‘민족해방운동’을 그렸다가 투옥돼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으며, 최근까지도 미얀마의 민주화투쟁과 우크라이나 전쟁반대 투쟁을 지원하는 미술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와 함께 이번 국제포럼에서는 미술사가인 토마스 뮐러 독일 마틴루터박물관장과 안소니 쉘튼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 교수와 영국의 미술평론가인 딕비 워드 알담 등 3인의 해외 연사가 각각 ‘1968년 5월이 준 교훈’을 주제로 각각 발표했다.
이 가운데에서 독일농민전쟁은 급진 종교개혁가 토마스 뮌처가 일으킨 혁명으로 그 역시 전봉준과 비슷한 운명의 길로 갔지만 그의 혁명은 유럽 종교개혁의 씨앗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남미미술에 대한 발표를 맡은 안소니 쉘튼 교수는 이번 포럼에서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벽화운동 등 매우 전투적이면서도 대중적인 남미 저항미술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딕비 워드 알담 미술평론가는 1968년 유럽과 전 세계를 휩쓸었던 ‘68혁명’을 소개하며 “68혁명은 그 어느 곳에서도 완결되지 못했지만 이후 세계사 특히 문화사에 깊고 깊은 영향을 끼쳤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북의 발상지인 동학농민혁명이 다른나라의 3개국과 비슷한 공동관심사를 표방하면서 우리지역의 역사적 관점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동학농민혁명은 이제 잊혀진 과거의 잠재운 농민봉기가 아니라 그 씨앗이 품고 있는 혁명의 정신이 현대에 다시 부활하는 것으로 이번 포럼의 의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