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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아픈 기억

한국전쟁 발발 이후 우리가 사는 이곳 전주지역 사회도 민간인 희생자로 인한 아픈 기억이 있다. 전주시 덕진구 진북동에 있었던 전주교도소에서 민간인 희생자가 많아 나와 우리 지역의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전쟁 당시 억울하게 희생된 전주지역 민간인 희생자 유해가 잠든 황방산에 대한 유해 발굴을 통해 100여 개체의 유해가 추가 발굴됐다는 소식이다.

지난 1·2차 조사에서 확인된 유해 78여 개체보다 많은 것으로 전주시는 발굴조사가 완료된 이후 감식 및 유품 정리를 거쳐 세종추모의 집에 유해를 안치할 예정이다. 아픈 기억의 증거품이 이렇게 발굴된 것이다.

전주시는 지난 16일 효자동 황방산 유해 발굴 현장에서 전주대학교 박물관 조사팀과 자문위원, 유족회원, 시 관계자 등 3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3차 유해 발굴 유가족 현장 공개회 및 중간보고회’를 가졌다.

모두 아픈 역사의 기억에서 우리는 자유롭지 못한 심정으로 이번 중간보고회에서 참석자들은 유해 발굴조사를 맡은 전주대학교 박물관 학예실장으로부터 효자동 황방산 유해 발굴 결과에 대한 설명을 듣고, 향후 진행 과정 등을 논의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황방산 유해 매장 추정지에서는 3열의 구상유구와 수혈 3기와 2차 매장지 3곳 등이 확인됐으며 무려 100여 개체의 유해가 발굴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3열의 유해 매장 구상유구 내부에서는 신발과 안경, 단추 등의 다양한 유류품이 출토됐고 유류품과 함께 희생자의 주변에서는 M1 소총 탄피와 카빈총 탄피 등 당시 군인 또는 경찰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무기류도 같이 발견됐다.

민간인들에게 이처럼 학살이라는 표현이라고 한 만큼 잔인했던 아픈 역사의 기억이 다시 떠오른다. 더구나 단독으로 매납된 수혈을 통해서는 학살 당시 희생자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도 확인됐다.

이에 앞서 전주시는 지난 2019년부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의 유해를 발굴하기 위해 발굴조사 및 전수조사 등을 진행해왔으며 지난 2019년과 2020년 1, 2차 발굴조사를 통해 효자동 황방산에서 확인된 유해 78여 구를 발굴해 세종추모의 집에 안치했다.

발굴 책임자의 말을 통해서 들은 정황으로는 ‘학살 후 매납하는 행위는 일정한 계획에 의해 학살이 자행되었음을 보여준다.’라는 말이 너무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한민족의 사상과 이념에 따라 전쟁이 발발하였지만 혹시 무고한 양민에 대한 학살이 있었을 가능성이 보인 이번 민간인 희생자 유해가 잠든 황방산의 발굴은 우리 사회의 아픈 역사를 일깨워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으로 우리가 사는 현대사회에서 고귀한 생명의 근원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이다. 당시의 무지함에서 비롯된 잘못된 상황에 대하여 현대를 사는 우리도 느낀 바가 매우 클 것이다.

우리 사회의 아픈 기억을 통해 다시는 이러한 비극적인 행위를 되풀이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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