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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많은 성인이 자기 눈이 없는 것은 기본적으로 교육 실패의 산물이다. 한국 사회의 교육이 민주시민교육을 수행하기는커녕 특권층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많은 선생들이 자신이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면서(인공지능보다 못한) 지식 전수에 매몰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평소 일부 시민에게 듣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부패언론에서 전하는 정보에 대해 옳고 그름의 판단 능력이 없는데 국민의 잘못된 선택만 탓하면 어떻게 하냐는 것이다. 나는 이 말에 대한민국의 문제가 함축되어 있다고 본다. 교육 실패로 자기 눈을 갖지 못한 시민이 부패언론에 의해 조종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민주정권이 개혁에 대한 실력 부족을 드러낼 때, 우리 사회 특권층은 하이에나처럼 달려든다. 부패언론을 선두로 한 특권층 카르텔이 국민을 탐욕에 눈이 멀어 갈기갈기 찢어져 서로 물고 뜯는 금수로 만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 민주정권은 국민에 의해 타살 당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 위기의 한복판에 부패언론이 있다. 유시민 작가 등이 즐겨 쓰는 '사영언론'보다 '부패언론'이라는 표현을 내가 선호하는 이유는 이들이 정치검찰이나 모피아 등과 더불어(공공 자원을 사유화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반사회적 집단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에서 부패언론은 '자기 눈이 없는' 시민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세상을 보게 하는 눈을 제공한다. 다른 한편, 부패언론은 자신들의 어두운 면을 들춰내는 민주진영 인사들을 끊임없이 공격한다. 대표적인 수법이, 내용을 왜곡하기 위해 내용 중 일부만을 앞뒤 부분으로부터 끊어내는 방식이다. 이렇게 왜곡된 내용을 국힘당은 하이에나처럼 공격거리로 삼고, 극우 유튜버들은 이를 유포하고, 자기 눈이 없는 국민이 이 내용을 공유한다.
서두가 길어졌다. 자기 눈을 갖게 해주는 것이 대학 선생의 임무라고 생각하기에 이번 학기에 만난 학생들에게도 그러한 목표에 초점을 맞추었다. 요즘 일부 학생은 내가 제공하는 정보가 자신이 아는 정보와 차이가 있을 때 선생이 특정 정치세력의 주장을 주입한다고(성적 불이익을 받을까 봐 뒤에서) 비판하곤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직접 자기 눈으로 확인하게 한다. 마침 학기 중에 윤석열과 언론이 좋은 교육 재료를 제공해주었다. 캡처한 4월 18일자 연합뉴스 기사를 소개한다.
데이터를 꿰고 있는 본인은 이 발언과 기사를 심각하게 보았다. 최고 공직자와 언론에 의해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재미를 붙였는지 최근에는 더 격하게 쏟아냈다. 전 정부에서 증가한 국가채무를 납세자에 대한 사기행위로 규정하였다. 이 기사를 학생들에게 준 이유는(국가채무의 급증을 자신들의 부담 증가로 생각하는) 요즘 청년 세대가 민감하게 받아들일 기사이기 때문이다. 윤석열은 그래서 '미래세대에 대한 착취'와 1000조 원이라는 표현을 강조한 것이었다. 국가채무는 국민이 부담할 수밖에 없고, 현재 청년 세대들이 떠안아야 할 빚이 1000조 원이라고 겁박을 하는 것이다. 청년층의 지지(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계산이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가짜뉴스이다.
먼저, 학생들에게 스스로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평소 내가 언급하는 모든 자료는 공공기관의 자료이다. 첫째, (IMF의 기준을 따르는) 기재부가 제공하는 'e-나라지표'의 국가채무 추이를 통해 국가채무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순채무의 합으로 구성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둘째, 같은 사이트를 보면 국가채무를 적자성 채무와 금융성 채무로 나누고 있고 2022년 말 기준 국가채무액 약 1069조 원은 적자성 채무 678조 원, 금융성 채무 391조 원으로 구성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두 채무의 성격을 기재부가 해당 사이트에 소개하고 있는 내용 그대로 소개해주었다. '적자성 채무'는 "조세 등 국민 부담으로 상환해야 하는 채무"인 반면, '금융성 채무'는 "정부가 상환할 수 있는 자산을 가진 채무"로 국민 부담이 없는 채무라는 사실을 알고 학생들은 한번 놀랐다.
외평채나 국민주택채권 등은 정부가 확보한 외화 자산 매각이나 융자금 회수 등으로 상환할 수 있는 국가채무라는 사실을 처음 안 것이다. 결국 (2022년 1년간 중앙정부 채무가 99조원이나 증가한)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하더라도 국민이 부담할 '진짜' 채무액은 1069조 원이 아니라 678조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자신들의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부패언론과 국힘당 등이 청년 세대에게 심적 부담을 주기 위한 1000조 원 타령이 황당무계한 이야기였음을 확인한 것이다. 셋째, 윤석열이 거론한 1000조 원의 출처였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채무의 합으로 구성하는 국가채무 기준으로 1000조 원을 일반 사람은 쉽게 찾을 수가 없다. 대개 연도별로 나와 있는 국가채무를 기준으로 하면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인 2021년 국가채무는 약 971조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물론 반올림 할 수가 있다. 그렇지만 30조 원이 부풀려진다. 국가재정법(91조)에서 국가채무는 지방정부 채무를 제외한 중앙정부 채무만을 의미하기에 기재부는 국가채무를 중앙정부 채무로 혼용하기도 한다.
<계속>
/최배근 건국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