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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의 교통비 인식

최근 국회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국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교통비 중 서울 시내 버스비와 택시비를 물었다. 여기에 한 총리는 ‘기본요금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글쎄요 한 한 천 원쯤 되지 않았나요?’

이러한 상황인식이 지난 새해 벽두부터 146번 버스를 찾는 민생행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했었던 한 총리가 최근 인상된 버스비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실 올해 초에 146번 버스 행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한 총리가 '민생 안정'을 취임 첫 일성으로 내세운 바 있었고 취임 직후 첫 민생행보가 대중교통 행보였다.

당시 한 총리의 '민생 안정' 구호는 취임 초반부터 계속됐는데 취임식 나흘 만인 작년 5월 27일 한 총리는 첫 민생행보로 새벽 4시 50분 남구로 새벽 인력시장을 찾았고 이 또한 언론들이 대서특필했었다.

그런데 최근 인상된 버스비도 모르고 택시 기본요금도 본인이 40대였던 29년 전 요금을 알고 있는 국무총리의 민생행보를 어떤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한덕수 국무총리 때문에 2008년 '버스요금 70원'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정몽준 전 의원의 이야기가 소환되고 있다. 민생행보의 가장 근본적이라고 할 수 있는 서울시 교통 요금조차도 알지 못하는 일국의 국무총리가 너무 안쓰러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인식이라면 국민은 한덕수 국무총리의 '민생 안정' 구호를 과연 신뢰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다.

서민들 아니 국민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정치인들이야말로 신뢰받을 수 있지만 이러한 상황인식을 보면 정치 따로 민생 따로 일 수밖에 없고 민생행보라는 거창한 이름은 그냥 구호에 그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고위 공직자들이 버스를 타고 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모를 수도 있다는 항변이 있을 수 있으나 자신들이 이용하지 않더라고 많은 국민 특히 서민들이 이용하는 교통 요금 체계를 전혀 모르고 있다면 이것은 결국 국민 불행의 씨앗을 안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고위 공직자는 정치인과 파트너십을 이루면서 국가 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다시 말하면 우리사회의 정치파트너십은 지금 정부·여당뿐이다.

야당 즉 다른 정치 진영과 함께 소통하면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정치적 상황을 조정해 가야 하는 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의 생각이 부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사회의 정치적 상황으로 인한 불행일 수밖에 없다. 집권자나 그에 추종하는 단체의 구성원들이 자신들만의 리그로 운영하면서 다른 진영의 논리적 의견을 전혀 듣지 않은 결과가 바로 이러한 생활 속 상식의 부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차제에 고위 공직자들의 분발을 촉구한다. 태어나면서 받들림을 받는 주체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사회에 적응하면서는 조화와 균형이 필요하다. 진영논리에 가득 찬 허구를 벗어던지고 진실로 국민 앞에 겸손한 자세로 임하는 공직자를 원한다.

그것이 바로 교통비 요금에 관한 부재로 뭇매를 맞고 있는 고위 공직자의 처신에 대한 대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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