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흘러가면서 옛 고토를 생각하는 지역사회의 기대감이 매우 높다. 한반도의 지형에서 고대의 삼국을 중심으로 하는 국가의 형성 이전에 부족 국가라는 의미의 작은 국가형태가 존재했음이 알려져 있다.
여기에 전북지역은 과거 삼한지역으로 마한이라는 의미의 부족 국가가 몇백 개 있었고 이후 백제라는 전통적인 고대국가로 흡수가 되었는데 마한의 통합이라는 입장에서만 고대 역사의 흐름만을 중요시했었다.
그런데 최근 역사학계가 고대의 남쪽에 자리를 잡았던 가야라는 나라에 주목하면서 신라에 병합되었다고 했는데 그 영토가 사실상 전북지역의 일부분도 차지했다는 역사 발굴의 가치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대부분 무덤이라고 할 수 있는 고분군서 출발한다. 가야 고분군은 1~6세기 중엽에 걸쳐 한반도 남부에 존재했던 7개의 고분군으로 이루어진 연속유산이었는데 남원의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비롯한 고령 지산동고분군과 김해, 함안, 창녕과 고성 그리고 합천의 고분군으로 이뤄져 있다.
이제 전북도는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등 가야 고분군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하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참관한다고 14일 밝혔다.
우리나라 문화재청을 비롯해 전북도 등 10개 지자체(전북, 경북, 경남, 남원, 고령, 김해, 함안, 창녕, 고성, 합천) 및 세계유산등재추진단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알 파이살리아에서 10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유네스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참석한다.
여기에 각 기관의 사정에 따라 참석단 규모를 정하고 순차적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천선미 문화체육관광국장을 비롯한 3명의 참가단을 구성해 16일에 출국하여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심사 대응 및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 면담과 지지 교섭 활동을 한다. 이에 따라 가야고분군에 대한 등재 결정이 곧 이루어진다.
처음에 가야 고분군은 2013년에 김해, 함안, 고령지역에 분포한 3개의 고분군이 잠정목록에 선정됐으나 전북도와 남원시는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에 대한 학술조사 및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유산 등재 목록에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9년 남원을 비롯해 고성, 창녕, 합천 등으로 확대돼 모두 7개의 고분군이 함께 잠정목록에 등재되는 성과를 이뤘다. 가야 고분군은 지난 5월 10일 유네스코 자문 및 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로부터 세계유산 목록 ‘등재’ 권고를 받은 바 있어 이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결정이 확실시되고 있다.
사실상 가야 고분군은 세계유산 등재 기준 중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를 충족한다. 전북지역의 가야 고분군이 이처럼 중요한 역사적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동안 경남 남해안 지역으로만 치부되었던 가야라는 역사적 고대국가가 사실상 전북지역 등 넓게 산개되어 있었던 고대국가였는데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역사학계는 삼국의 신라에 편입되어 백제사와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인식되었었다.
전북의 고대 역사에 대한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이번 고대 가야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는 그래서 매우 중요한 정책과제 중의 하나일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