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사의 광주 이전 소식이 들려온다. 전북도민의 반발을 우려한 탓인지 ‘밤에 도둑들 듯’ 이미 이전 작업을 모두 끝내고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정부의 그 밀행성이 놀라울 따름이다. 국회 김성주 의원(전주병)에 따르면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사가 오는 4월 1일 자로 문을 닫고 광주로 통합, 운영된다. 공무원연금공단은 공공기관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소규모 지부 운영의 한계를 통합의 명분으로 삼았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조직과 인력 효율화를 고려했다고 한다. 이것은 국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취지에도 맞지 않고 전북도 3만4천19명의 공무원연금 수령자와 공무원연금 납부자 5만6천8백92명을 무시하고 우롱하는 처사다. 공단의 해명처럼 모든 민원서류 및 급여신청이 비대면으로 가능해 직원의 대면업무 처리가 감소했다면 공단의 전국 7개 지부를 그대로 둔 이유는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공단의 전북사무소 폐지를 초래한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은 공공기관의 독립성과 자발성을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이다. 이 문제는 윤석열 정권에서 자행한 또 다른 전북 홀대다. 권력의 눈치를 살피며 아무런 명분도 사전 설명도 없이 통폐합을 단행한 공단의 무책임한 행정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전북은 최근 인구가 급감하는 만큼 도내 지역본부가 광주 전남에 흡수되는 현상이 계속될 터인데 차제에 이를 제도적으로 막을 수 있는 법안발의가 시급하다. ‘(가칭)공공기관 통폐합 균형발전 고려법’을 통과시켜 공공기관이 부득이한 이유로 조직을 축소하더라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원칙’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전북 소재 대다수 기관들의 지역본부 축소 및 폐지 움직임은 2010년대에 들어 노골화됐다. 전북은 지방통계청과 지방국세청, 고용노동청 등이 광역 개념으로 광주에 조직이 예속돼 있어 전북 소재한 기관들이 광주전남이나 충청권으로 편입되려는 상황이 반복됐다. 전북에서 통폐합이나 조직축소를 하려던 기관은 LH전북본부, 한국은행 전북본부, 코레일 전북본부, LX전북본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이다. 민영화된 KT는 전북본부가 광주 호남본부에 흡수됐으나 막대한 인력감축은 막았다. 2020년 기준 호남권역을 관할하는 공공·특별행정기관은 총 55곳으로, 이 중 46곳(83.6%)이 광주·전남에 있다. 전북은 고작 9곳(16.3%)에 불과하고 광주와 전남에 있는 기관 중 전북에 지사조차 없는 기관은 20여 곳에 달한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통폐합 과정은 지역과 기관의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호남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왔다. 이에 따라 호남권역내 지역 간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개헌을 통해 균형발전에 대한 조항을 구체화하거나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는 것뿐이다. 공공기관의 혁신은 효율성으로 평가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와 공무원연금공단은 전북지사의 광주 이전 시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정치권과 지역사회도 이 문제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