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대로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오늘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대학병원과 대형종합병원 전공의들이 환자들을 볼모로 속속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집단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도내에서도 전북대병원를 비롯한 원광대병원 전주예수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이미 제출하거나 제출을 예고하면서 진료 거부라는 집단행동에 돌입할 태세다. 정부와 전북자치도의 ‘무관용 엄벌 방침’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병원을 뛰쳐 나가면 진료공백의 피해는 국민과 환자들한테 돌아간다. 과연 의사집단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이래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제부터 의사들이 의사 정원을 정해 왔는가 말이다. 이 정권에 예뻐서 이러는게 아니다. 사회 정의에도, 상식에도 맞지 않고 더욱이 국민정서나 국가의 미래에도 결코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보수의 아이콘이라는 정규재 논객도 이 사태에 대해서는 매섭게 비판하고 있다는 점을 아프게 새겨야 할 것이다. 그는 “의사 정원을 의사들이 정한 것은 중세의 길드 체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고 지적했다. 길드는 시장을 장악한 상태에서 공급을 조정하는 것을 넘어 생산자의 숫자와 생산 규칙에까지 결정권을 행사했다. 장남이 아니면 길드 멤버가 될 수 없다든가 하는 전통사회의 규칙들은 모두 길드 회원의 이권을 보장하고 독재자인 영주들의 통치를 대행하는 공적 지배의 등가물이기도 했다. 이것이 바로 금난전권이라고 하는 시장독점 장치였던 것이다. 지금 의사들이 의사의 총 정원을 정하고 있는 것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의업의 왜곡되고 뒤틀린 상황은 그것대로 고칠 문제이지 의사들이 떼법을 통해 공급자의 숫자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용납돼서는 안된다. 전문직 종사자들이 업계 기득권을 고집하는 것은 정치 사회적 구조의 잘못에도 큰 원인이 있고 이는 쉽게 악순환된다. 간단한 매약을 약사들이 독점 공급권을 갖는 구조나 의약분업이라는 미명하게 약사들의 생계를 보장하는 것은 실로 웃기는 낡은 제도의 허점이다. 정부가 약가와 의료수가를 자의적으로 통제하고 제약산업을 아예 가사 상태로 밀어 넣어 모든 것을 이권화 독점화 해온 것이 오늘의 사태를 만든 것이다. 공부 잘한다는 아이들을 길러내 겨우 성형외과 피부과를 경영하는 자영업자로 만들어 버리는 지금의 구조는 병원을 국가의 통제하에 두고 감기환자로 득실거리게 만들고 의료 행위의 모든 것을 정부가 시시콜콜 사회주의적으로 간섭해 온 국가의 실패다. 그런 구조 속에서 의사가 태부족하다는 작금의 기이한 사태가 터진 것이다. 다른 그 어떤 구조적이며 종합적인 대책 없이 오로지 의사정원 문제만 본다는 정부의 미련한 대책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구조의 최상층부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떼법으로 무언가를 요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부끄러운 일이다. 의사는 지성 집단이며 과학적 사고로 단련된 직업군이다. 직업의 존엄은 지키는 자가 향유하는 것이다. 도내 397명 전공의들은 ’무관용 엄벌 방침‘ 이전에 집단행동을 거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