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채류 등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물가의 고공행진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하루 하루 장바구니 물가에 놀란 서민들은 한숨을 쉬다 못해 패닉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물가관리 대책은 잘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이고, 누구를 위한 정부인가. 거의 방임 수준이요, 각자도생하라는 무신경이 놀랍다. 소비자 물가가 폭등하면 정작 죽어나는 건 서민중신층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물가 상승이 지속되면 나라 경제는 좋아지는가.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증가하면 소비자들의 소비력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가계마다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 소비가 극도로 위축돼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쳐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높인다. 소비 감소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은 생산과 투자가 줄어들어 경제활동에 불확실성이 생긴다. 물가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증가하면 국내 제품의 수출 경쟁력 역시 저하된다. 물가 상승이 금리 인상을 유발하면 금융시장에서 변동성이 증가할 수 있어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 등에서 불안정한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정부와 중앙은행은 이러한 영향을 예측하고 경제 정책을 조정, 안정적인 경제 환경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는데 지금 그런 움직임이 잘 안보인다. 참으로 답답할 노릇이다. 과일 가격이 일 년 새 40%나 뛰었다. 최근 전북자치도의 소비자물가지수가 2%대까지 내려왔다고는 하지만 물가 부담이 여전한 이유다. 통계청 전주사무소는 최근 지난달 전북지역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전북자치도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비 대비 2.9%가, 이중 생활물가지수는 3.4%, 신선식품지수는 17.0%나 상승했다. 국민들이 즐겨 찾는 귤·사과·체리·배·딸기 등 신선과실류가 크게 오른 가운데 귤은 83.2%, 사과는 72.5%, 체리는 45.8%, 감은 42.3%, 배는 37.3%, 딸기는 34.9%, 파인애플은 20.1%, 바나나는 7.4%가 올랐다. 이러니 주부들이 시장에만 가면 과일을 집었다, 놓았다를 반복한다. 그나마 지난 1월 2% 대로 떨어졌던 전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폭등하는 과일 가격의 영향으로 한 달 만에 다시 3% 대로 올라섰다. 놀랍게도 신선과실류 물가가 41.2% 오르면서 32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과일·채소류 등 농산물 가격은 하나가 오르면 다른 것도 올라가는 이른바 '도미노' 특징을 보인다. ‘굼벵이 만리장성 오르듯’ 굼뜨던 정부도 최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했는지 농축수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3∼4월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6백억원을 투입해 주요 먹거리 체감 가격을 40∼50% 낮추겠단다. 지금이라도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오렌지나 바나나 등 주요 과일을 직수입해 저렴한 가격으로 시중에 공급해야 한다. 이들 수입 과일에 대해서는 관세를 추가 인하해 국내 소비자 물가를 진정시켜야 한다. 정부도 작금의 상황을 엄중하게 받아들여 소비자물가가 조속히 안정될 수 있도록 가격과 수급관리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기에는 기업 등 모든 경제주체의 동참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