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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의료계 사태, 해법 찾아야

의대정원 2천명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사직과 의료현장 이탈이 장기화 국면으로 치달으면서 환자와 농산어촌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정부는 최대 쟁점인 증원 규모 '2천명'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일축하며 강경 조처를 쏟아내고 있고 전공의들은 병원 복귀 조짐은 커녕 오히려 이탈자 수가 더 늘고 있다. 대학별 의대 정원 배정과 이탈 전공의 처벌이 가시화하자 의대 교수들도 집단사직을 하고 휴학계를 낸 의대생들의 집단유급 시한도 목전이다. 대화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사태는 악화일로다. 해결의 실마리를 전혀 찾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지난달 전공의 대표들이 사직서 제출 결정을 밝힌 뒤 벌써 한 달이 가까워지고 있다. 환자 곁을 떠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정부의 강경·압박 대응만으론 당장의 혼란을 수습할 수도 없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사태 수습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간 전공의들의 빈자리를 지켜온 전문의, 교수들의 동요마저 커지고 있는 상횡인데 의료 현장의 혼란이 손 못 댈 정도로 치닫게 방치하는 것은 국가를 운영하는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무엇보다 의료계와 정부 간에 대화 창구가 신속히 마련돼야 한다
.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의 100% 항복만 받으려는 자세 대신 열린 입장이 대전제다. 지난 주말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선 정부의 '의대정원 2천명 확대' 추진에 근거가 된 연구 3건을 진행한 전문가들 사이에서 '1천명씩 10년간 증원, 5년간 51천명 증원 뒤 재조정' 등 정부와 다른 의견이 제시됐다고 한다. 교육 현장에선 대규모 증원으로 양질의 교육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잇따른다. 의료계의 밥그릇 투쟁이나 무리한 요구엔 굴복하지 않아야 되겠지만 전문가나 현장의 목소리에 합리성이 있다면 정부가 더 유연한 자세로 의료계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전공의들도
27년 만의 증원 필요성을 인정한 전제 위에 지역·필수의료 강화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맞다. 갈수록 커지는 환자와 가족의 불안을 더는 외면하지 말고 속히 병원으로 돌아와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원만한 사태 해결을 위한 사회적 중재 노력도 절실하다. 정치권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정부, 의료계 포괄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국정운영의 한 축을 책임지는 국민의힘도 사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펼쳐야 한다.

이번 사태로 전반적 의료 개혁의 시급성이 잘 드러났다. 국민의 보편적 의료접근성이 높고 의료의 질이 최고 수준인 한국의 의료체계를 유지하면서 이를 지속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할 책임이 있다. 대형병원의 전공의 중심 체계와 대형병원에 치우친 의료전달체계 개편, 지역·필수의료 위기의 근본 원인으로 꼽혀 온 수가체계 전면 개편 등 의대 증원 외에 중지를 모으고 해결해야 할 사안이 산적해 있다. 하루빨리 의료계 정부 양측이 모든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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