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시민의 발’ 역할을 해 온 시내버스가 갑자기 멈춰 서면 실로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이 불편을 겪는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큰 영향을 받는데 이들은 대체 교통수단을 찾다 지각을 하거나 거리에서 황금 같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되면 택시나 다른 대중교통 수단으로의 이용자가 급증해 외려 도로에서 교통혼잡이 발생하면서 대기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교통 흐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전주시내버스가 또 멈춰섰다. 전주지역 시내버스 업체 5곳 가운데 2곳의 노동자들이 운행 횟수를 줄이면서 부분파업에 돌입했다. 나머지 3개 업체도 임금협상을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에 따라 파업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전주에서 ‘시민의 이동권’을 볼모로 삼은 버스 파업은 이미 익숙한 일이긴 하다. 지난 2010년 이후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급기야 2019년에는 전국적으로 유례없는 ‘10년째 버스 파업이 발생한 도시’라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지난해에는 다행히 예고된 부분파업을 하루 앞두고 노사가 극적으로 접점을 찾으면서 간신히 고비를 넘겼다. 이후 전주시와 시의회, 5개 운수회사 대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전주시내버스 서비스 향상을 위한 노·사·정 공동협력’을 결의했다. 노·사·정이 정기적으로 만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시민에게 사랑받는 대중교통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이었다. 전주시가 최근 수년간 역점 추진해 온 시내버스 노선 개편과 지·간선제 확대, 마을버스 도입 등 대중교통 환경개선 사업도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해 전주시내버스 누적 이용객은 5천89만명으로, 2022년 4천8백39만명보다 5.1%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중교통 서비스의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해 노·사·정이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을 위한 소통과 협력을 결의하면서 시민들의 기대는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이번 파업으로 그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신뢰도 역시 추락했다. 또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한 전주시의 노력과 성과도 모두 의미를 잃었다. 거의 매년 되풀이된 일이지만 올해는 시기마저 좋지 않다. 윤석열 정부가 던진 의대 2천명 증원에 따라 의료진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공백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발마저 묶이게 된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전주시외버스도 경영난을 호소하며 5월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예고한 상태다. 특히 민생경제 파탄으로 서민들의 고통은 그야말로 강팍하다 못해 죽을 지경이다. 매년 수백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전주시의 조정력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전주시와 시내버스 노사는 시민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지난해 결의했던 노·사·정 공동협력 약속을 되새겨 시민들에게 평온한 일상을 돌려줘야 한다. 차제에 시내버스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도 해소해야 한다. 더불어 전주시는 수년 전부터 검토해 온 시내버스 준공영제 도입 등 버스파업의 근본적 해법에도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