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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세계에 살고 있는 대통령

엊그제 발표한 윤석열 대통령의 총선 패배 메시지는 한마디로 실망을 넘어 참담하다. 예상대로 기대를 저버리는 법이 없다. 현실 인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여전히 구름 위에서 꽃가마 타고 노는 태평성대의 성군같다.
시계가 안갯속인 국내정세로 인해 한때 달러환율이 1400원을 찍었다. 가만히 앉아서 국부 30~40%가 날라갔다. 이는 시작일 뿐이다. 원자재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우리에게 고환율은 재앙이다. 수입가가 30~40% 오르면 수출 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남는 게 없다. 게다가 하반기 유가 130달러가 현실이 되면 물가는 폭동 수준으로 올라 그야말로 지옥문이 열린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우리의 무역 구조상 항공·해운의 물류업을 비롯해 자동차·조선·철강 등에서도 물류비와 함께 생산 원가가 치솟는다. 또 지정학 갈등으로 무역 항로가 제한되면 수출동력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다. 기업이 회사경영에 심대한 타격을 초래하는 경영진을 쇄신하듯 국가 경영을 책임지는 윤 정권을 교체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어 보인다. 국민은 지난 2년간 국가경영의 전권을 주고, 경영진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인내했다. 그러나 가라앉고 있는 대한민국호를 목도하면서 더 이상은 안된다는 게 총선의 압도적 심판이다. 국가가 정치, 경제, 사회를 비롯한 모든 부문에서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져 있으나 아무런 대안이 없다. 우리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만 보더라도 명확하다. 대한민국은 더 이상 반도체 수퍼 파워가 아니다. 국제 경쟁력은 커녕 자력 개발도 어려운 기술빈국으로 전락했다. 미국·일본·대만·한국·중국 등 주요 5개국 중 중하위권 수준에 맴돌고, D·시스템 반도체마저 대만이 추월한 지 오래다. 국가의 미래전략이 없는 자들이다. 정치는 타이밍이다. 실기하면 모든 걸 잃는다. 영수회담을 할 때가 아니라 정권을 탄핵해야 할 때다. 윤 정권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또 이 땅의 사법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사법질서가 없는 국가에서 사회정의는 어떻게 가능한가? 정치가 스스로 서지 못하고 검찰 및 사법부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질질 끌려 다닌다면 정치인들은 스스로를 탄핵해야 한다. 그런 각오도 없이 국민을 위해서 헌신하겠다고 했다면 시대를 몰라도 너무 모르고, 국민의 지난하고 고통스러운 삶을 외면하는 것이다. 정치는 취미생활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모든 삶을 규정하는 가장 큰 권력이 아닌가? 사즉생의 각오로 임하지 않으면 토끼 한 마리도 잡을 수 없다. 세상은 선보다 악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어떤 특정인이 아니라 국가 사법질서를 바로 세우고 온전하게 기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자는 것이다. 국민은 총선에서 명확하게 의사를 표시했다. 그런데도 대통령 자신은 늘 옳은데 국민이 몰라준다는 태도다. 앞으로 남은 3년이 정말 걱정이다. 국가안보와 민족의 미래를 팔아먹고 국민의 생명까지 담보한 자를 탄핵하지 않는다면 정치권은 왜 존재해야 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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