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파구 안보이는 의정 갈등, 그 피해는 국민 몫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 사태가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내년도 의대 증원분의 50∼100% 범위에서 정원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제시한 이후에도 의정 간에는 대화의 움직임조차 없다. 정부는 이번 의대 증원의 자율 조정 방안이 사실상 마지막 양보안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여전히 의대 증원 문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라고 요구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의대생들의 휴학도 장기화 되면서 자칫하면 올해 의사국가고시 응시 자체가 무산될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일까지 학교에 복귀하지 않으면 국가고시에 응시할 수 없다고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학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3개월 이상 휴학하면 응시 자격은 사라진다.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의정 간 소통이 갈수록 시급해지는데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으니 답답할 지경이다. 의정 간 극한 대치 양상의 끝이 어디인지 현재로선 가늠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일선 현장에선 응급 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숨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최근 무주의 한 고등학교 현직 교감이 뇌출혈로 쓰러져 긴급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나 가까운 대전과 전주의 대형병원 등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다는 통보에 따라 원광대병원까지 갔으나 결국 사망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오는 25일이 되면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지 두 달을 맞게 된다고 한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지 두 달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의대 교수들마저 무더기 사직이 현실화되고 있다. 의료 운영 체계가 점점 더 한계 상황에 다가가는 모양새다.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 중증 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의료 현장에 남아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부와 의료계가 전향적인 자세로 나서 이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한다. 정부는 정부대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의료계에 제안하고 의료계도 자신들의 입장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환자와 그 가족들을 생각해 정부와의 협상에 유연한 입장을 보여야 한다. 정부는 중수본 회의를 통해 의료계에 집단행동을 멈추고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참가해 달라고 재차 촉구하고 있으나 의료계가 정부와의 1 대 1 대화 제안조차 거부한 채 원점 재논의만을 주장하는 것은 환자와 그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처사다. 대한의사협회 측은 의정 간 대화 거부 입장에 더해 복지부 차관의 파면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의정 간 대화의 길을 더욱 꼬이게 할 뿐이다. 2천명 증원이라는 뜬금없는 정부 정책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할 때가 아니다. 현안에 대한 견해차가 클수록 쟁점을 좁혀가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정부는 의료계의 내부 의견을 진지하게 수렴하고 의료 체계의 파국을 막을 합리적 대안을 조속히 찾아 제시하는 유연한 행보를 보여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