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장 등 지도자급 인사들이 거주하는 관사는 공무 수행을 위해 제공되는 공식 거주지다. 예로부터 관사의 역사는 국가의 정치 및 행정 체계와 깊은 관련이 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그 역할과 형태가 변화해 왔다. 고대 사회에서는 정치 지도자들이 특정한 공식 거주지를 두고 생활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으나 국가와 지방의 행정 체계가 정립되기 시작한 중세에는 왕과 고위 관리들이 수도에 머무는 일이 많아졌고 공식 거주지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근대에는 정부 관료제도가 발달하고 행정 기능이 강화되면서 나라마다 고위 공직자들의 공식 거주지가 마련됐고 현대에는 관사의 기능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단순히 거주지로서의 역할을 넘어 상징적 의미까지 갖게 됐다. 민주화 시대를 맞은 요즘에는 관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여러 측면에서 이뤄지면서 관사를 주민에게 돌려주는 사례가 늘고 있다. 관사 찬성론자들은 자치단체장 등이 관사에 거주할 경우 업무와 관련된 긴급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고 보안과 안전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또 자치단체장의 관사는 지역 사회에서 공적 인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하고 업무 수행에 있어 위신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론자들은 관사의 유지와 운영에 비용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고위 공직자일수록 예산을 투명하게 사용해야 하고 단체장도 일반 시민들과 동일한 주거 조건을 갖춰 평등성을 증대시켜야 공공의 신뢰도를 높이면서 민의를 시정에 반영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탈권위주의 시대, 관사의 필요성은 지역 상황이나 단체장의 업무 특성, 예산 상황 등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자치단체들은 이런 요소들을 고려해 관사의 유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김관영 지사가 당선인 시절에 약속한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공약에 따라 도지사 관사가 53년 만에 도민의 품으로 돌아왔다. 개방된 관사는 1997년 유종근 도지사 때부터 27년 간 사용돼 온 전주시 풍남동 소재 공관으로, 어제 리모델링을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민선 8기, 지방선거 당시에는 단체장들의 관사가 권위주의와 예산 낭비의 산물이라는 여론이 일자 전국에서 줄줄이 관사 포기 선언이 잇따랐다. 전북도는 김 지사의 결단에 따라 도민 의견을 중심으로 활용 계획을 수립했고 관사가 완벽하게 도민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하얀 양옥집’으로 명명돼 도민에게 개방된 문화공간에는 집들이 기념으로 ‘들턱전’을 마련, 도내 청년 작가 8명의 회화, 조소, 공예 작품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도내 작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는 첫 사례로, 앞으로도 지역작가 전시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보여 반갑다. 권위주의의 상징으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아온 도지사 관사가 오랫만에 도민의 품으로 돌아온 만큼 앞으로 도민의 다양한 문화공간 활용뿐 아니라 새로운 도정사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소통공간이자 문화자산으로 활용되기를 바란다. 또한 도내 작가들이 열정을 발산하고 영감을 교류할 수 있는 중심지가 되면서 도민과 관광객들에게 품격 높은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