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국회가 초라한 성적표를 받으며 4년의 임기를 마쳤다. 고성과 삿대질만 오간 여야의 공방전은 21대 국회가 문을 닫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어졌다. 국가와 전북의 중요한 이익이 걸린 주요 법안이라도 합의 처리하길 바라는 목소리가 이어졌지만, 헛된 기대였다. 지난 2020년 시작된 제21대 국회에서 전북은 10명의 의원 중 남원의 이용호 의원을 제외한 9석의 의원이 당시 여당인 민주당 소속이었다. 주로 초재선급 의원들이었지만 ‘산적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겠다’던 각오와 열의는 대단했다. 하지만 지난 4년 동안 전북의원들이 도민에게 내민 의정활동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지난 29일 종료됐던 21대 국회와 함께 전북 현안법들이 자동 폐기되면서 무기력한 전북 정치권의 모습만 노정했다. 폐기된 전북 법안은 '공공의대법'을 비롯해 전북 차별 해소를 위해 추진됐던 '전주특례시'와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그리고 '전주가정법원법' 등이다. 또 전봉준 장군 등 2차 봉기 참여자들을 독립유공자로 인정하자는 '동학농민혁명 명예회복법'도 국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고 숙원 사업인 금융중심지 추진도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제22대 국회로 넘어갔다. 투자유치를 위한 새만금사업법 개정안과 전북특별자치도 지정 등을 제외하면 ‘속빈 강정’에 불과한 의정활동이었다. 물론 전북 국회의원들도 도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차고 넘칠 것이다. 지역을 떠나 국가적 관점에서 봐도 국회는 F학점이다. 입법권을 무시한 대통령의 거부권으로 여야의 극한 대치 구도는 임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재의결을 시도했으나 통과 요건에 미달해 폐기됐다. 민주당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을 비롯해 나머지 일부 쟁점 법안들에 대해 이날 본회의에 올려 야당 단독 처리했다. 국민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법안들과 심지어 여야 합의로 의견에 접근한 법안들도 폐기됐다. 국민의 공감을 얻고 시대 변화를 반영하는 법안이 별다른 이유 없이 폐기된 것은 대통령과 여당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부양의무를 내팽개친 부모의 상속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은 여야가 합의해 놓고도 법사위 회의가 열리지 않아 본회의에 올라가지 못했다. 대통령 공약이자 정부가 노동, 교육과 함께 3대 과제 중 하나로 꼽은 연금개혁도 민주당이 여당의 타협안을 수용하겠다고 제안했는데도 구조개혁과 병행하자고 나서 끝내 무산됐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총 2만5천8백49건의 법률안이 발의됐고 이 중 9천4백55건이 처리됐다. 법안처리율은 36.6%로, 20대 국회 37.8%보다 낮은 역대 최저치다. 하지만 더욱 암담한 것은 22대도 여야가 극렬 대치하면서 협상의 정치가 실종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채상병특검법을 비롯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법안들을 개원 직후 단독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여당은 총선 민심을 받들어 협치를 하겠다고 했으나 말뿐이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라 했다. 나라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존립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