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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의 거짓말은 무능보다 더 나쁘다

비엔날레(Biennale)는 이탈리아어로 ‘2년마다라는 뜻을 가진 말로, 주로 예술 전시회나 문화 행사가 2년에 한 번 열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용어는 특히 미술계에서 많이 사용되며 대표적인 예가 베네치아 비엔날레다.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성공 이후 다른 많은 도시들이 비슷한 형태의 비엔날레를 개최했고 이는 미술뿐 아니라 건축, 영화, 연극, 무용 등 다양한 분야로 확장됐다. 이러한 비엔날레 행사들은 해당 분야에서 최신 경향과 작품을 소개하고 국제적인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우리 비엔날레도 서예라는 단일장르를 가지고 국제전시행사로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997년 처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세계소리축제와 함께 전북자치도의 대표적인 양대 축제로 자리잡았다. 그 명성과 연륜에 걸맞느 구색을 갖추기 위해 전북자치도는 세계서예비엔날레관을 건립하는 등 그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데 부끄럽게도 복마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북자치도의회 이수진 의원은 최근 제410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의 위법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며 감사 등 시정조치와 함께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조직위에서 받은 계약관련 자료를 살펴보니 A사 전광판 계약 건의 계약서와 계약보증금 지급 각서에 날인이 되지 않은 원본에 날인 한 부분만 오려서 붙인 것을 발견했는데 이는 자료를 위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질책했다. 또 이 과정에서 조직위와 집행위에 소속된 위원들이 대표로 있는 업체와 20213건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집행위원장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해 공식 석상에서 거짓말을 한 꼴이 됐다. 전북연구원은 전북자치도와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한 후 용역의 중요 부분인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 타당성 조사를 비롯 4건을 다시 재위탁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면 애초에 연구원에서 처음부터 공동연구로 참여하거나 입찰해서 하는 게 바람직했다.
이 의원은 또 외부에 맡긴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사업 타당성 조사 결과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가공했다고 하는데 외부업체에서 수행한 경제성 분석 결과에는 0.9659B/C비율이 1.0을 넘지 못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연구원의 최종보고서에는 해당 사업이 100% 국가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편익 발생 범위를 전국으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어 편익 대상 범위를 전국보다 좁히는 것이 타당하다는, 납득할 수 없는 논리를 들었다. 이렇다면 집행위원장의 허위 진술과 공문서 조작 의혹 등에 대해 한 점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서예비엔날레 조직위의 감사 등 시정조치가 필요하다. 공직자의 거짓말은 무능보다 더 나쁘기 때문이다. 잘못된 부문은 모두 드러내서 바로잡지 않으면 조직에 고름이 된다. 사안이 중대하다면 세계서예비엔날레관 건립사업의 전면 재검토도 필요하다. 원들의 직무능력 강화를 통해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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