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문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국의 의과대학에 입학정원을 배정한 정부는 ‘할 일 다했다’는 듯 손 놓고 있었으나 이 문제의 파장을 예상한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집단휴진을 예고하고 나섰다. 의협은 지난 9일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열고 오는 18일 전면 휴진'과 총궐기대회 방침을 발표했다. 의협은 지난 4∼7일 실시한 찬반투표에서 73.5%가 휴진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사법부도 지적했지만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주장이 옳으냐 그르냐를 떠나 환자의 안전과 불안을 볼모로 한 의료계의 집단행동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의사들의 집단휴진은 적절한 문제 해결 방법도 아니다. 의협이 집단휴진과 범의료계 투쟁특위 구성을 통한 총력 투쟁 전개 방침을 밝히면서 의료공백 사태가 다시 더 악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고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볼모로 한 의료계의 집단행동 계획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까지 의대 증원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정부의 급격한 증원 방식에 문제점을 공감해 온 여론마저 등을 돌릴 수밖에 없음을 의료계는 직시해야 한다. 이제는 비타협적 태도를 버리고 의료계도 현실적인 해법을 고민해야 한다. 의료계 요구가 무조건 의대 증원 백지화인지, 전공의 처분 '철회'인지, 증원 방향은 인정하되 규모를 재논의하자는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메시지가 분명치 않다. 개원의 집단휴진에 대비해 전북자치도는 의료계와의 소통을 강화해서 원활한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대응 체계를 갖추겠다고 했다. 현재까지 전북지역에서는 일부 병·의원이 집단휴진에 참여할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북자치도는 지역의사회, 주요 병원 등 지역의료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도민 및 환자 불편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의료계 집단휴진과 대형병원의 전체 휴진은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한다. 물론 전북자치도가 의료계 총파업과 전체 휴진을 막기 위해 의료계를 끝까지 설득하고 의료공백 최소화에 전력을 쏟겠다고 밝혔으나 환자들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뭔가 좀 부족하다. 의사단체의 움직임에 불법이 있다면 엄정히 대응도 해야 한다. 동시에 근본적으로는 의료공백 사태를 끝낼 특단의 수습책을 고심해야 한다. 지난달 법원의 가처분 2심에선 정부의 '2천명 증원' 결정의 근거가 미흡함이 지적되기도 했다. 그만큼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책임은 크고 무겁다. 의정 간의 대치가 치킨게임으로 치달으면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의료체계는 돌이킬 수 없는 내상을 입게 된다. 따라서 이를 방치하는 건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도민들을 향한 의료서비스 제공에 차질이 없도록 의료계와의 소통을 강화해 협조를 요청하고 적극 대응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당국과 의료계는 좀 더 책임 있는 자세로 사태수습에 나서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