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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은 구조적 문제,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정부가 최근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내놨다. 세계 최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출산율 반등을 위해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개 핵심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게 골자다. 필요한 시기에 육아휴직을 좀 더 쉽게 쓸 수 있게 하고, 초등학교 졸업 시까지 국가가 돌봄을 책임지는 체계를 갖추고 신혼·출산·다자녀 가구에 대한 주택 공급을 대폭 늘린다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북에서도 육아휴직을 이용하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도에 대한 인지도가 타 지역보다 낮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개최한 '2024 인구이슈 지역순회 전북포럼'에서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전북지역의 육아휴직 남성은 최근 5년간 386명에서 1376명으로 4배 증가했지만 배우자 출산으로 인한 휴가는 2020427건에서 2023385건으로 되레 감소했다는 것이다. 남성들의 육아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출산에 따른 휴가 사용은 되레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지금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기준, 0.72명까지 떨어져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데 정부는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을 1명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고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때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부나 지자체들은 그동안 백화점식으로 합계출산율을 제고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들을 쏟아냈으나 저출생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 2006년 관련 정책을 시행한 이래 380조가 투입됐다고 하나 과연 적절한 곳에 예산이 제대로 사용됐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해만 해도 약 47조원의 저출생 대응 예산을 썼다는데 그 중 절반은 문제 해결에 직접 관련이 없는 과제에 투입됐다는 한국개발연구원의 최근 분석 결과만 봐도 그렇다. 이제까지 저출생 정책은 양육에 집중돼 왔었다. 육아휴직이나 근로 시간 단축, 유연근무 활성화, 중소기업 지원 등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KDI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생과 직결된 예산 중 87.2%'양육' 분야에 집중됐고 정책 수요자의 요구가 많은 '·가정 양립'에는 8.5%만 지원됐다.
국내 상황을 떠나 전북의 합계출산율도 전국 상황과 비슷하다. 인구 위기를 넘어 지역소멸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구 위기 해법에 묘수가 있을 수 없고 그동안 특단의 대책이 없어 출산율이 급락한 것도 아닐 것이다. 차근차근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하고 거기에 맞는 검증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책이 현장에서 실제 효과가 나도록 정책 수요자 관점에서 꾸준한 점검과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저출생 문제에는 사회 구조적, 문화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긴 호흡으로 해결에 나서야 할 과제다. 그러려면 정부의 힘만으로 불가능하고 정치권, 지자체, 기업 등 사회 전체가 한마음으로 나서 저출생 문제를 반전시키려는 노력을 펼쳐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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