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군을 만난 대한민국 사회는 누가 뭐래도 난세다. 하루가 멀다하고 과거 정권에서 겪어보지 못한 기괴한 일들이 연이어 터져 나온다.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한국 사회는 이념, 세대, 계층 간의 갈등과 반목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심지어는 반국가 세력이 등장한다. 정치적 이념에 따라 극단으로 분열된 사회, 세대 간의 이해 충돌, 그리고 빈부 격차로 인한 계층 간의 갈등이 일상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은 끊임없이 증폭되면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으며 벽을 쌓고 있다. 민족 최대 명절인 한가위는 이런 갈등과 혼란 속에서도 한발 물러서서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 따듯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한가위는 농경 사회였던 우리 조상들이 추수를 마친 후 하늘에 감사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날이다. 추석이라는 명칭 자체가 가을의 중간에 위치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이 시기에는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가족, 친지들이 함께 모여 즐거움을 나누는 전통이 있다. 바쁜 일상속에서 잠시 하던 일 멈추고 가족과 친지들이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정을 나누는 시간이 바로 한가위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사회적 갈등 속에서 인간관계마저 단절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정치적 견해나 세대 차이로 인한 가족 간의 갈등은 명절에도 영향을 미친다. 친지나 가족 간의 대화가 종종 정치적 논쟁으로 번지며 불편한 분위기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념의 차이가 대화의 단절로 이어지고 이해를 바탕으로 한 소통 대신 서로를 비난하는 장면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러한 갈등이 가족 간에도 발생한다면 불행한 일이다. 그렇치만 한가위는 그 어떤 갈등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시간이어야 한다. 조상의 음덕을 기리고 가족과 친지들 간의 정을 나누는 것은 한가위의 본질이 아니던가. 오랜만에 얼굴 마주하는 가족들과 함께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나누며 따뜻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갈등과 반목을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는 기회다. 특히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이해와 배려가 필수적이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에는 경제적 여건, 사회적 인식, 문화적 차이 등이 존재하지만 이러한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는 서로의 경험을 존중하고 경청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계층 간 갈등 역시 한가위가 지닌 나눔의 정신으로 해소해야 한다. 풍성한 수확을 나누던 전통처럼, 오늘날의 한가위는 물질적 나눔뿐 아니라 마음의 나눔을 실천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소외감을 겪는 이웃이나 가족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나눔의 가치를 되새기며 서로를 위로하는 것이 한가위의 참된 의미다. 갈등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한가위는 갈등을 넘어서서 사람 간의 정과 소통을 회복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나쁜 정치가 갈등을 봉합하기보다 증폭시키고 사회가 아무리 어지러워도 명절만큼은 따듯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이 되자. 갈등은 내려놓고 서로 하나 되는 것이 바로 한가위가 주는 큰 축복이다. 난세에도 한가위는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