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은 농민들에게 신앙과 같은 존재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이러한 쌀이 요즘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심이 타들어가고 있다.
최근 산지 쌀값 80kg 기준 18만2천700원으로 10월 5일 18만8천156원에 이어 계속 하락추세다. 이는 45년 만에 최대 폭락을 기록한 2022년 평균 18만6천원보다도 낮은 가격이다. 더욱 심각한 건 그동안 정부가 약속해 온 쌀값 20만원 선 회복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수확기가 10월부터 12월까지인 점을 고려할 때 이미 4차례의 산지 쌀값 평균가격이 18만4천651원에 불과하다. 남은 두달 동안 21만원 이상으로 상승하지 않는 한 쌀값 20만원 선 달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쌀값 폭락 사태가 계속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 적정 가격목표 부재와 윤석열 정부 농정에 대한 시장의 신뢰 상실 때문이다. 지난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당시, 윤석열 정부는 쌀값 20만원 유지를 약속했지만 결국 지키지 않았다. 정부 약속만 믿고 쌀을 매입한 농협과 민간 유통 상인들은 쌀값 하락으로 막대한 손해를 봤고 결국 올해 정부가 수확기 대책을 발표했음에도 정부의 대책은 이미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잃어버렸다.
게다가 윤석열 정부는 24년산 쌀에 대한 적정가격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조차도 여전히 수용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말로는 쌀 과잉 생산에 대한 수급 조절을 말하면서 실제는 벼 재배면적 감축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않았다. 정부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반대하면서 선제적 수급관리 방안으로 적정 재배면적을 추산하고 벼 재배면적을 매년 감축하겠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실제 목표 달성률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2023년 감축 목표는 3만7천ha였지만 1만9천ha에 그쳤고 올해도 2만6천ha를 목표했지만 1만298ha 달성에 그쳤다. 정부의 적정 쌀값 유지 의지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쌀값 폭락 사태를 초래하고도 대책이 없는 무능한 정부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정치권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쌀값 정상화를 위한 예산 및 법안 심사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내년 예산안 심사시 쌀값 정상화를 위한 예산을 반드시 확보하고 상임위 예산심사와 예결위 심사를 통해 식량안보를 위한 ‘공공비축 및 식량원조 물량 확대’ 사전 수급조절 및 타작물 지원 확대를 위한 ‘전략작물직불제 면적 및 단가 인상’ 등을 성사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쌀값 정상화를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 등 제도적 개선 방안도 즉각 추진해야 한다.
민심이 천심이라 했다. 여야 정치권은 권력 다툼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민심을 보듬고 민생을 살피면서 분노한 농심을 어루만질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24년산 쌀은 연중 최소 20만원 이상 유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20만톤 추가 시장격리, 벼 매입자금 무이자 지원 등 신속한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다. 또다시 농심을 외면한다면 200만 농민의 거센 저항과 국민적 심판에 직면할 것임을 정부 여당은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