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보유한 탄소복합재 기술이 조선산업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침체된 산업을 부흥시키고 대한민국 조선업의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 이 기술은 특히 소형선박 제조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북도는 탄소복합재를 활용한 조선산업 활성화를 위해 군산 오식도동에서 ‘규제자유특구사업 성과보고회’를 열어 그간의 성과와 미래 비전을 공유했다. 이는 단순히 기술개발을 넘어 조선업 생태계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 잠재력을 보여준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은 기존 섬유강화플라스틱(FRP)보다 20% 가벼우면서도 강도가 2.8배 향상된 혁신적 소재다. 전북도는 이를 소형선박에 적용해 기존 FRP 소재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 안전성과 연료 효율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특히 국내 10톤 미만 소형선박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FRP 선박의 안전사고 문제를 해결하는 길도 활짝 열었다.
실제로 실증사업 결과, FRP 대비 경량화와 강도 향상뿐 아니라 연료 절감 효과까지 입증하며 기술적 타당성과 시장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현대중공업 가동 중단 이후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전북 조선산업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반등의 기회를 맞고 있다.
2020년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 이 사업은 한국탄소산업진흥원과 한국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을 중심으로 코스텍, ㈜해도, ㈜라지와 같은 지역 기업들이 협력하며 진행됐다. 그 결과, 3톤급, 7톤급 소형선박 제작에 성공했으며 2023년 말까지 500시간 이상의 운항 실증을 완료했다. 또한 9톤급 선박의 건조까지 마무리하며 사업의 성과를 더욱 공고히 했다. 이제 전북 탄소복합재 기술은 상용화를 향한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CFRP를 적용한 소형선박은 기존 FRP 선박보다 연비 효율성과 안정성이 월등해 어민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과 안전성을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이를 현실화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현행 어선구조 기준은 소재에 관계없이 일괄적인 두께 규정을 적용하고 있어 탄소복합재의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실증사업을 통해 최소 두께 20% 경감 기준을 승인받았지만 보다 유연하고 혁신적인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해양수산부는 전북도의 탄소복합재 기술력을 국가적 자산으로 인식하고 관련 규제 완화와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 전북은 탄소복합재 기술력에서 강점을 보유한 만큼 이를 조선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잡아야 한다.
도내 소형선박 제조사들의 상용화 역량을 높이기 위해 지역 기업과 기관, 중앙정부 간의 협력이 긴밀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술 표준화와 시장 확대 전략이 동반된다면 전북은 명실상부한 탄소복합재 기반 조선산업의 허브로 자리 잡을 것이다. 탄소복합재 기술은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 조선업의 미래를 바꿀 열쇠다. 이를 위한 노력은 국가적 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전북의 도전이 성공을 거둔다면 대한민국은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새로운 경쟁력을 갖춘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