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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 이 말은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험난한 여정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엊그제 윤석열이 느닷없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사건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 깊은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대한민국은 21세기 선진국으로 발돋움한 민주주의 국가로 자부해왔지만 이번 사태는 우리가 얼마나 민주주의를 당연하게 여겼는지를 반성하게 만든다. 국민들은 여전히 공포와 충격 속에서 이 사태를 직면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의 취약성을 재확인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

비상계엄령 선포는 헌법적 절차와 민주적 가치를 무너뜨리는 중대한 사안이다. 비상계엄령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비상계엄령이 발동된 배경과 명분은 사적 욕망에 다름아니다. 이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제도의 작동이 아니라 시민들의 신뢰와 참여 위에 세워지는 체제다. 이번 사태는 그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민주주의를 위해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중요하다. 민주주의는 지도자에 의해 위에서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시민들의 힘으로 지켜지는 체제다. 깨어있는 시민은 정부의 잘못된 권력 남용을 감시하고 견제하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시민들의 무관심과 침묵은 독재를 부추길 뿐이다.

제도적 안전장치도 강화해야 한다. 비상계엄령과 같은 극단적 조치가 남용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점검하고 보완해야 한다. 국회는 대통령의 비상권 발동을 견제할 수 있는 권한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사법부 역시 권력의 불법적 행위를 단호히 제지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언론은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권력의 오남용을 비판하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 정치적 리더십의 책임감이 절실하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권력을 위임받은 존재다. 따라서 민주적 가치와 헌법 정신을 준수하며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번 사태와 같은 권력 남용은 대통령의 책임과 윤리를 시궁창에 내팽개친 것이다.

민주주의는 한 세대의 노력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끊임없는 교육과 대화를 통해 민주주의 가치를 다음 세대에 전수해야 한다. 학교와 사회 전반에서 시민교육을 강화해 민주주의가 단순한 정치 체제를 넘어 삶의 철학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윤석열의 비상계엄령 사태는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지만, 동시에 중요한 교훈도 안겨주었다. 민주주의는 결코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공기처럼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민의 깨어있는 의식과 행동, 제도적 개선, 그리고 책임 있는 정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민주주의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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