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사설]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대표의 한심한 상황 인식

한덕수 총리와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가 윤석열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가 헌법재판소에서 부결된 직후 발표한 담화문은, 국가 지도자로서의 상황 인식과 판단력이 심히 의심스럽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들의 담화문은 헌법 정신을 왜곡하고 국민의 분노와 불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현실과 동떨어진 초헌법적 발언으로 가득했다. 그들은 "현 비상계엄 상황이 초래된 데 대해 대표와 총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명확하다. 내란수괴로 피의자 신분이 된 윤석열을 즉각 체포, 구금하고 헌법과 민주주의 절차를 존중해 국회의 탄핵소추를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외려 "국정에 한 치의 공백도 있어서는 안된다"며 윤석열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국가 운영에 필요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이는 헌법적 책임과 국민의 신뢰를 전혀 고려치 않은 발언이다. 윤석열은 이미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크게 손상시키고 국민적 신뢰를 저버렸다. 대통령의 자격을 논하는 여론은 단순히 국내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 신뢰도와 직결된 문제다. 그런데도 그들은 윤석열의 존재가 국가의 안정과 국제적 신뢰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는 모순된 주장을 폈다. 외교부 장관이 외교 문제를 대신 처리하면 된다는 논리 또한 국제적 관례와 현실에 대한 이해가 무지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느 국가에서도 외교부 장관이 대통령을 대신해 국가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들은 또한 "금융ㆍ외환시장의 위험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경제와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가장 큰 리스크는 다름 아닌 윤석열 그 자체다. 그의 정책적 실패와 국민적 신뢰 상실이 시장의 불안정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리를 지키는 것이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한다는 점을 그들은 정녕 모른단 말인가. 경제적 안정과 신뢰를 회복하려면 문제의 근본적 원인부터 제거해야 한다. 그들은 또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 국민이 느끼는 가장 큰 불안은 국군통수권을 틀어쥐고 있는 윤석열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적 요구와 헌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대통령직을 유지하려는 모습이야말로 불안과 분노의 원인이다. 그들은 이러한 근본적 문제를 외면한 채 "우리가 뭉쳐야 할 때"라는 추상적이고 공허한 말을 남겼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미 알고 있다. 지금 국민들이 뭉쳐야 할 이유는 바로 '윤석열 퇴진'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담화문은 상황 판단의 잘못과 헌법적 절차에 대한 무지로 가득 차 있다. 이는 국정 운영의 공백을 우려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혼란과 불신을 초래하는 행위다. 지금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것은 윤석열의 하야든 탄핵이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헌법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결단이다. 국민의 신뢰와 민주주의의 회복을 위해 그들은 지금이라도 스스로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국민적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