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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이 입맛이네





문 성 필
<㈜엄지식품 연구주임>

 
우리 음식은 대부분 내 입맛에 맞아야 맛있다고 표현한다. 그리고 내 취향의 음식이 눈앞에 있고 맛을 볼 때 그 맛의 진가를 알아차릴 수 있다. 간혹 외국에 여행 갈 때 그 나라의 음식 맛을 보면서 때로는 입맛을 적시게 되기도 하고 때로는 아예 손을 대지 못할 정도로 입을 대지 못하는 음식도 있다.


특히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는 거의 모든 음식에 향을 사용하는 재료를 넣어서 향취가 음식에 배여 맛의 새로움을 음미하기도 하는데 한반도의 식성을 대부분 자연 그대로를 가미하여 요리하기 때문에 향 내음과는 약간 다른 의미의 음식을 취하게 된다.


일명 장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에 간장과 된장과 고추장 등으로 양념의 기본재료를 만들다 보니 장맛이 입맛으로 표현되는 것이 우리네 음식문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는 기본 음식 재료에 거의 향이 나는 재료를 집어넣어 우리나라 국민은 향에 취해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의 음식문화가 다르게 구분된다.


구수한 장맛이 일품이라는 광고도 있고 아니면 시골밥상에 올라오는 묵은 장맛도 있고 시골집 터 한곳에 잘 숙성된 오래된 각종 장들이 항아리에 덮여 있는 것을 보면서 우리네 사회의 천 년 이상을 내려온 장맛을 느끼게 한다.


이 장맛은 서양식에 길들이지 않은 우리의 전통이기에 건강식을 병행하면서 장수(長壽)의 기본이 된다. 숙성된 장맛이야말로 장수(長壽)와 연계된 천연적인 음식 재료면서 입맛에 가장 잘 맞는 것이기에 우리의 전통문화 중 음식에 대한 맛깔스러운 표현의 상징이기도 하다.


지금은 식품회사 대량 생산하는 찍어내는 듯한 기계화 공정으로 인해 인스턴트 식품 같은 느낌이 들어 진열대에서 플라스틱 용기로 되어 있는 장을 구매하기가 매우 꺼려진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고 음식을 만들 수 있는 재료이기에 어쩔 수 없이 선호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야말로 천연숙성을 거친 시골 간장이나 된장 그리고 고추장 맛을 정녕 맛보기 힘들다는 것인가. 결국, 이러한 천연적인 장맛의 조건이 아닌 기계적인 생산공정에 따라 만들어지는 장맛에 우리 입맛이 길들기에 결국 토종의 장맛이 어느덧 서양화되어 버린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사람의 입맛을 참 다양할 수밖에 없다. 똑같은 음식에 간을 맞춰 놓더라도 사람마다 평가가 각각 다르다. 짠맛, 싱거운 맛 등이 사람마다 다르기에 적당한 맛의 구분으로 혀를 느낌이 들게 하는데 우리의 전통적인 맛은 이러한 사람의 개인적 취향을 넘어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숙성된 장맛으로 기능성이 좋아지기에 무한한 전통의 장맛을 가지게 된다.


오늘도 삼시세끼의 음식들이 식탁에 오른다.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한식을 위주로 하는 밥상이 대부분이지만 빵이나 서양식의 요리로 어느 한 끼를 대체하면서 한식에서 풍기는 장맛이 점차 입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염려해 보기도 한다.


전통의 장을 담그기 위해 거쳐야 하는 절차는 우리 현대의 주부들이 생각하기에는 사실상 역부족이다. 우리네 조상님들이 대대로 내려왔던 비법을 토대로 하는 할머니 세대나 그 윗세대들이 그 맛을 즐기기 위해 비법을 전수해 가면서 지금까지 왔는데 이제 현대의 주부들은 그러한 절차와 방법이 너무 복잡하고 힘들어 기계화된 식품회사의 판매에 의존하는 현실이 된 것이다.


이제는 마치 이러한 전통적인 장맛을 가질 수 있는 것들이 관광 상품화되고 체험활동으로 연계되면서 장맛이 입맛이 되는 현실로 다가오곤 한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장맛을 입맛으로 가져가는 현실이 명맥을 이어가는 전통의 음식문화가 되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


각종 화학 첨가물이 장맛에 섞여지면서 전통의 맛이 아닌 화학 첨가물이 되지 않을까 염려하면서 천연의 맛을 즐기기 위한 장맛을 오늘도 탐닉하고자 한다. 그래야 전통의 우리사회가 음식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식생활의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오늘 한 끼를 해결하는 식탁에도 장맛이 오르는 한식을 권하고 싶다. 그래야 전통적인 우리나라 음식문화가 나 스스로부터 시작되고 전래하면서 전통의 맛을 장맛으로 연계하여 천년만년 음식의 기본이 우리 사회에 자리 잡게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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