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숙
<전주국악협회 회장>
우리는 매일 음악이라는 틀 안에서 살고 있다. 음악을 우리 사회에서 구분하는 것으로 보면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 그리고 한국음악인 국악으로 장르가 나뉜다. 여기에 한국음악이라고 부르는 국악은 우리나라 오천 년 역사와 궤를 함께하고 있다.
각 나라마다 민속 고유의 음악이 있고 이 음악에다가 장단을 맞추면서 춤을 동반하는 발라드 댄스가 당시의 고대사회에 널러 퍼진 풍습이었다. 심지어는 기우제를 지내는 곳에도 음악이 빠지지 않고 춤을 추는 곳에서는 당연히 배경음악이 있을 것이고 따라서 종합예술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대부분이 음악이 있는 선율과 리듬이 필요했다.
우리나라 음악의 국악은 사실 선율이나 화음보다는 장단에 맞춰 흥겨운 리듬이 주를 이루는 것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태평소라는 악기와 해금, 가야금, 거문고 등의 현악기가 삽입되어 궁중음악에서는 선율이 주류를 이루면서 관현악이 주류를 이루었다.
하지만 민간사회에의 주류는 농악으로 대변되는 타악기의 리듬이 주류를 이루었고 여기에 지역사회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각종 춤이 국악과 결부되면서 장르의 완성을 이어갔다.
특히 호남에서는 산조 춤이라는 장르와 진도 북춤이라는 장르가 국악의 배경음악과 춤으로 연계되면서 우리 사회 국악의 정통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사실과 현재의 국악 활동에 대하여 국악인으로 산다는 것 자체가 큰 자부심이 아닐 수 없다.
서양음악의 도래로 국악이 나이가 든 세대의 음악으로 치부했던 것이 요즈음에 퓨전국악이라는 이름으로 다소 모호하게 국악과 서양음악을 절묘하게 구성하여 국악의 새로운 장르로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국악이라는 틀 안에서는 한국무용과 함께 한국음악인 국악의 노랫가락과 악기의 연주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국악의 장단과 선율이 경쾌하지만은 않다. 잔잔하게 심금을 울려주는 것에서부터 살풀이춤을 위한 배경음악의 국악은 우리의 애간장을 타게 한다. 춤이라고 하는 그 자체도 물론 상징성이 있고 우리 민족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하지만 그 바탕에 배경음악인 국악의 선율과 리듬이 없으면 그 춤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로부터 국악기 하면 거문고와 가야금으로 이루어지는 시대적 역사가 국악의 정서를 말해 준다. 하지만 거문고나 가야금은 국악기의 맥을 이어가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함께 배우고 익히기에는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문가에게 배움의 길을 터서 문하생들이 배우고 있지만, 일반인들이 취미와 오락을 겸비해서 배우기에는 시간과 경제가치를 투자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주변에서 쉽게 익히고 배울 수 있는 서양음악과는 비교될 정도의 전문적인 소양과 기능적인 소질이 필요한 것이다.
국악으로 이루는 전문가들의 형성은 일제 강점기 전라북도 순창군 지역의 기생들을 포함한 조선 전역의 기생 조합인 권번이 있었다. 여기에서 예와 기를 배우고 정절을 배우던 분들의 대부분이 오늘의 국악을 모태로 하는 분들이었기에 국악의 역사적 가치를 알 수 있게 된다.
서양음악이 민주주의 이념을 받아들인 해방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일제 강점기부터 그 뿌리를 이어가면서 오늘날에는 한류의 모태로 서양음악이 역발상으로 세계 각국에 전해지고 있다. K팝이라고 하는 음악의 장르가 외국에 소개되고 있지만, 우리 국악 역시 김덕수 사물놀이라는 이니셜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우리 가락 우리 장단이 이름을 떨치고 있다.
아니 K팝 이전에 한류의 근원이라고 한다면 이러한 우리나라 음악인 국악의 리듬과 장단이 이미 세계 속에 그 역량을 드러내었으니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세계에서는 우리의 국악이 한류의 첫 출발로 시작되었다.
국악인으로 산다는 것에 한층 더 자부심을 갖는다. 나이 들어 국악이 아니라 젊은 시절부터 국악의 새로운 장르개발과 친숙한 한국음악이 우리 주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요즈음의 대세이다.
서양음악의 상시적 개방이지만 오늘 어느 곳에서도 국악 특유의 판소리 한가락을 불러봄으로써 인생의 새로운 맛과 우리 정서를 느껴보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