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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훈풍을 기대하며


김 정 렬
 
<전) 전주대사대부설고 음악교사/ 현) 전주소리모아합창단 지휘자/   전주시음악협회 회장>

계절의 순환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빨리 순환되는 것 같다. 지난봄이었던 생각이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다시 봄이 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세월이 그만큼 빠르다는 것이다. 이렇게 훈풍을 기다리는 봄이 왔고 아직은 새벽이나 밤기운이 조금은 쌀쌀하지만 느낌은 봄의 완연함과 비할 수 없다.

북풍한설이 몰아치는 표현의 예 시인의 시구가 생각나지만 지난겨울은 북풍한설은커녕 반짝 추위만 몇 번 있었지 겨울이라고 생각하지 못할 만큼의 따뜻함 속에 지난겨울을 난 것 같아 한편으로는 좋을 것 같지만 농사 등의 병충해 방지를 위해서는 그리 속 좋은 날씨는 아니었던 것 같다.
모름지기 겨울은 추워야 맛이고 따라서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더욱 간절할진대 봄을 기다리기는커녕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봄을 시샘하는 듯하여 마음이 무척 무겁고 을씨년스럽다.

또한, 북녘의 차가움에 대한 대응적 산물이 바로 봄바람이다. 남녘에서 부는 훈풍이라고 칭하는 봄바람이 들녘을 지나 우리 뺨에 맞바람으로 부딪히면 그 어찌 상쾌하면서 훈훈한 감정이 일어나는지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특히 이곳 전라북도 지역은 말할 것도 없지만 남도 끝자락에 있는 섬지방이나 대륙과 맞닿은 항구도시에서의 훈풍은 우리의 마음을 감성적으로 살짝 설레게 하는 바람이다. 거기에다 들이나 산자락에 쑥 등의 나물을 채취하면서 예전의 정서를 되새기는 아른 추억을 생각할 때는 더욱 훈풍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바람결에 속삭이는 이러한 훈풍 덕에 나뭇가지가 살랑살랑 움직이고 꽃가지는 망울을 터뜨리면서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추억의 정서를 생각해 보며 봄맞이 훈풍이 가지는 최고의 감탄사가 바로 오늘의 키워드가 아닐까 한다.

예전에 노랫말 중에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이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대나’ 했던 것이 생각난다.
이 노랫말에 봄의 정서와 정취가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히 봄바람으로 대변하는 훈풍이야말로 모든 내음새를 실어 전달하는 오늘날의 메신저였다.

그런데 사실은 사전적 의미로 훈풍(薰風)은 ‘첫 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으로 되어 있다. 봄철에 부는 바람이 아닌 첫 여름에 부는 바람이다. 그런데 이러한 말을 잘 생각해 보면 훈훈한 바람이라는 기본적 의미는 바로 따뜻함의 의미이다.

여름의 더위 바람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약간의 추위를 발열해주는 바람으로서 훈풍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위의 말로 따뜻함의 의미로 본다.

그런데 이러한 훈풍이 자연발생적인 계절의 현상으로 보면 말 그대로 훈풍이지만 요즈음 우리 사회의 훈풍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지금 훈풍은커녕 모진 바람이 코로나19 바이러스라고 하는 매서운 바람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니 언제쯤 훈풍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말의 잔치라고 할 수 있는 말의 폭풍이 지금 우리 사회에 선거라는 형태로 몰아치고 있고 이 말의 폭풍이 국민과 일부 당사자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의 폭풍이 되고 있으니 어디 감히 훈풍이라고 할 수 있는 봄바람의 꽃향기를 날릴 수 있겠는가?

훈풍은 누구에게나 공정하다. 차별이 없이 자연발생적인 것으로 누구나 이 훈풍을 맞을 수 있고 즐기면서 마음의 위로와 평안을 갖게 된다, 바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순수성이며 이 자연으로 하여금 인간 내면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본가치를 생각나게 해 준다.

지금 우리 사회는 훈풍을 기대하고 있다. 선거로 인한 말의 폭풍이 너무 강하여 하루속히 지나가기만을 바라며 더불어 코로나 19 바이러스 폭풍 또한 하루빨리 종식되면서 훈풍으로 바뀌길 소망한다.
산 넘어 남촌에서 부는 따뜻한 훈풍이 머지않아 내 곁에도 불어올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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