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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당에 기독교인이 투표하지 않는 이유


이 경 로
 <본지 논설위원/ 반태산작은도서관장>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막을 내렸다. 유권자들의 선택으로 근래 들어 사상 처음이라고 할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막을 내렸다. 역시 민심은 천심인가 보다. 통합당 등의 야당은 지역당으로 전락하면서 TK 자민련이라는 애칭을 받을 뻔하다.

물론 일부 수도권과 강원 등에서 선전했지만 예전의 선거 결과에 비하면 겨우 개헌 저지선을 확보했다는 것에 안도할 뿐이다.

이번 선거에 41개에 달하는 각종 정당이 지역구와 비례선거에 참여를 했고 일부 정당은 국회의원 선거구에 후보를 냈다. 그런데 이번 선거 역시 과거 선거처럼 특정한 이념과 사상을 토대로 하는 정당이 참여했다.

바로 기독교라는 종교를 표방한 정당이다. 기독교의 이념을 가진 정당이 우리나라의 특수한 경우는 아니다. 독일 같은 경우에는 아예 기독교를 표방한 기독교민주연합이 있는데 약칭으로 기민당이라고 하여 현재는 집권여당으로 사회민주당과 연정을 꾸리고 있다.

이처럼 기독교를 표방하는 이념의 정당이 있고 이를 잘 활용하면서 국가의 정책과 이념을 기독교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지만, 어느 한 정파에 얽매이지 않고 주변국과 잘 이해관계를 조정하면서 정치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기독교 인구가 예전에는 1,000만 이상의 시대라고 하면서 5명에 한 명꼴로 있어서 사회적 정책의 이념에 막강한 영향을 행세할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 아예 현실 정치에 참여하고자 하는 일부 목사들과 신도들이 기독교를 표방하는 정당을 설립하여 몇 해 전부터 선거에 참여하면서 이목을 집중시키고자 하였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그 많은 기독교인의 표심을 얻지 못하고 매번 참패하면서 동질성과 공동체라는 신앙으로 호소하는 기독교 정당의 신심을 국민, 아니 기독교인들이 외면하고 말았다. 신앙 공동체로 유일신을 섬기는 기독교인들이 왜 기독교정당에 표를 주지 않았을까?

우리나라의 성숙한 정치의식은 대체로 정교분리라는 형식적 논리에 자리 잡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초대 국회에서는 개원 당시 기독교식 기도로 개원식의 첫 시작을 알리는 등 기독교적인 요소의 정치 색깔들이 빛을 발휘했지만 거기까지였다.

기독교에 종사하는 직업적인 목사나 관계자들이 목놓아 기독교적인 공동체 의식으로 신앙을 담보로 하는 그들만의 생각으로 국민에게 호소했지만, 이번에도 전혀 반영되지 않는 철저한 외면으로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왜 기독교당이 기독교인들에게 외면을 당하는가? 현재 우리 사회의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철저한 자기혁신과 신앙으로 무장한 중년층 이상의 비율이 매우 높다. 이들은 사실상 기독교의 신앙으로 몸을 담고는 있지만, 정치적인 이념과 사상에는 기독교식의 구조적인 정당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치는 정치일 뿐 신앙은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의한 사람의 정신적 영역이기에 신앙을 정치적 색깔로 오염시키길 꺼릴 수도 있다. 더구나 요즈음 우리 사회의 기독교 신앙이 잘못된 특정한 몇몇 사람들의 신앙관으로 상식과 동떨어진 행동을 하고 있고 이들의 행동에 따라 정당성을 부여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기독교정당 역시 기독교의 본래 취지에 부합한 정책이라기보다는 특정한 사람들의 정치적 몰이로 인해 실망이 크고 일부 유명세를 치른 목사들의 이합집산이 신앙 공동체 안에서는 존경과 신뢰를 받을지 몰라도 정치적 색깔로 변질할 때는 더 이상 기독교라는 가치에 의해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번 21대 국회의원 선거 역시 기독교자유통일당이라는 정당이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면서 이 정당의 면면을 보면 현재 기독교가 과거 전래 당시의 근본적인 신앙으로 조선 사회를 사로잡았던 기독교의 근간과는 거의 동떨어진 것을 알 수 있다.

현재 국민의 선택 중 기독교인들이 1/5을 차지하므로 전체 국민의 20%를 가진 종교라고 하면 신앙 공동체로 정당지지도가 거의 20% 내외가 나와야 하는데 나오기는커녕 전체 투표수 비율을 보면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2.62%이고 이번 21대에서는 그보다 훨씬 더 못 미친 1.83% 였다.

독일의 경우처럼 일반 정치인들이 기독교민주연합이라는 명제로 정당을 결성하는 것 하고는 근본이 다르다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장기적인 과제이지만 지금 같은 기독당은 앞으로도 외면당할 것이다.

왜 국민에게 기독교 정당이 외면당했는지 그 정당을 표방하는 인적구성원들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욕심을 내려놓을 때 그나마 정상참작이 될 수도 있다. 성서에 ‘욕심이 잉태하면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하면 사망에 이른다’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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