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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마음


문 성 필
< ㈜엄지식품 연구주임 >


 
가곡에 기다리는 마음이라는 노래가 있다. ‘ 일출봉에 해뜨거든 날 - ’ 이라는 가사로 시작한다. 요즈음 매우 어렵고 힘들지만 기다림의 연속이라는 것이 몸에 배어 이제는 견딜 만하다. 기다림은 인내를 해야 하고 인내는 연단을 낳는다고 했다.

그만큼 기다림은 한편으로는 고통의 연속일 수도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설렘의 시간일 수도 있다. 긍정과 부정의 마음으로 보면 설렘의 기다림은 긍정이고 고통의 기다림은 부정의 기다림으로 헤아릴 수 있다.

TV나 신문에 보이는 각종 뉴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관련이 대부분이지만 이제는 서서히 그 중심이 다른 관심사로 옮겨지고 있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지면서 제주도의 내용을 보니 호텔 객실이 거의 만석에 이르렀다는 즐거운 비명이 육지에까지 들린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한편으로는 반가운 뉴스이면서도 염려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각급 학교까지도 등교하는 개학이 아닌 온라인 개학으로 조심하고 있는데 벌써 마음의 조바심이 사라지고 즐기는 마음으로 기다림을 이기고자 하는 모양이다.

기다린다는 것은 인생의 향배이다. 어린 시절 어른이 되기를 기다리며 언제나 키가 크고 자라서 성인의 역할을 할 것인가 생각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은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그 기다림은 생애에서 가장 먼 기다림이 되고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보니 기다림의 시간이 점차 짧아진다. 20대의 기다림이 서서히 빨라지면서 아마 40, 50대가 되면 기다림의 속도가 가속되고 인생 육십갑자에 다다르면 기다림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되면서 어느새 황혼기에 접어들게 될 것이다.

현대문명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낮과 밤이라는 자연의 이치에 불과했다. 그 시대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었고 해가 뜨고 지면서 하루의 생활이 지속하기에 기다림이 아닌 자신들이 직접 기다림을 헤쳐가면서 도전의 역사를 이루곤 하였다.

그렇지만 현대는 시간의 개념에 따라 하루 그리고 일주일과 한 달을 거쳐 일 년의 주기적인 패턴이 기다림을 조율하게 된다. 봄을 기다리고 싶었는데 어느새 여름이 다다르는 것이 계절의 순환적 기다림이라기보다는 현대인들이 바쁘게 생활하는 가운데 시스템적인 시간의 기다림이 지속하는 것 같다.

한편, 기다림은 자기 생각과 마음의 밭을 가꾸어가는 근본일 수도 있다. 행위의 종착지가 바로 닥치면 준비하는 시간이 부족하여 실수할 수가 있다. 대인관계에서의 단순한 실수는 병가지상사라고 했지만 아주 중요한 사안에 대한 실수는 용납될 수 없기에 철저한 준비를 위해 기다림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수많은 사람이 본인에게 닥쳐올 때 실수 할 경우 그 많은 일 중에 실수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정작 당하는 상대방의 실수는 평생 실수이기에 충분한 준비를 통한 기다림도 현대인들이 생각해야 하는 근본일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지역사회에서의 대면접촉이 아직도 기다림으로 지속하고 있다. 바깥세상을 구경하고 싶은 자가격리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일상의 생활을 영위하는 일단은 사람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본인이 하는 일을 통해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다고 하지만 밥만 먹고 살 수 없듯이 기다림을 설렘으로 바꾸면서 보다 나은 내일의 희망을 꿈꾸었으면 한 것이 바램이건만 아직도 시기상조인 것 같다.

기다림은 오래갈수록 좋지 않다. 성장 속도에 맞춰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기다림의 시간이 축적되어 현실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오늘도 시작하는 발걸음으로 기다림을 설렘으로 변화하면서 내일의 희망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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