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경 로
<본지 논설위원/ 반태산작은도서관장>
2020년 5월이 가고 있다. 지난 역사는 기록으로 남길 뿐 예전의 역사는 되돌아오지 않는다. 그리고 예전의 역사는 가정할 수는 있지만 별로 권장하고 싶은 가정은 없다. 시간에 의한 역사는 도도하기 때문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다.
우리 사회의 5월은 봄소식이 전해 오는 끝자락에서 여심의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청순함이 있는 달이다. 더구나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그리고 스승의날 등 우리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념일이 많이 있는 달이다.
가을의 10월과 함께 설렘을 가질 수 있는 달이면서 1일은 노동자의 날로 세계인들이 함께하는 날로 5월의 기준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그리고 종교적으로 음력이 있는 날로서 부처님오신날이기도 하여 종교축제가 있는 그야말로 생활의 리듬을 타는 달이기도 하다.
하지만 40여 년 전의 5월은 이러한 우리 사회의 설렘을 절망과 분노 그리고 정치군인들이 득세한 날이기도 하다. 비극의 역사를 돌이킬 수만 있다면 예전으로 돌아가 다시 역사의 시대를 이루고 싶은 달이기도 하다.
바로 광주민주화운동이 40여 년 전에 있었고 항쟁의 역사와 진상규명이 아직도 요원한 요즈음에는 5월이 그냥 지나가는 세월의 유수가 아닌 듯하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5월은 즐거움과 기쁨 그리고 설렘보다는 우울한 현장의 역사가 아직도 해결하지 못한 미완의 과제로 인해 즐겁지만은 않다.
또한, 내일이면 제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시작하는 날이기도 하다. 어쩌다 보니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5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지 모를 일이다. 기대로 가득한 21대 국회의원들의 임기 내 활동을 생각하면서 오늘의 5월이 저물어 간다.
더구나 하필이면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으면서 우리나라 역시 5월도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기에 설렘의 5월은 아무래도 기대와 상상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5월 광주민주화운동의 실체가 드러나고 진상이 규명되면 5월의 가치는 새롭게 부활 될 것이다. 5월의 비극에 대하여 원칙론자들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한다. 하지만 홀로코스트 등으로 알려진 유대인 학살에 관여한 자들은 책임자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그 임무를 수행하던 사람들까지도 모두 처벌하였다.
최근 아이슈비치 수용소에서 경비를 섰던 사람을 추적하였는데 그가 90세가 넘었지만, 재판에서 실형을 받고 수감된 일이 있는 것을 보면 전쟁범죄 등 인류에게 못된 짓을 한 범법자들은 공소시효 없이 책임자뿐만 아니라 가담자 모두를 처벌하는 것이 요즈음의 추세이다.
5월이 가면서 문득 이러한 생각으로 5월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못된 짓을 했던 당시의 계엄군들이 지금도 동시대에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현실을 보면 근본적인 해결책은 이들 역시 찾아내서 그 죗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며 법률을 제정하여 자진신고 등을 통해 이들 역시 반성하고 회개한다면 화합 차원에서 용서하는 것이 이제 매년 다가오는 5월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가라앉히는 것이 될 것이다.
5월의 푸르름은 산과 들에 있는 나무와 풀들로 더욱더 싱그러워진다. 여기에 약간의 빗줄기가 얽혀 있을 때의 청순함이란 아침의 이슬을 머금은 초야의 신선함으로 마음의 번뇌를 가라앉히고 희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한다.
올해의 5월이 지나면서 내년의 5월이 다가올 때쯤이면 분노와 좌절 그리고 분쟁과 다툼이 아닌 상생과 화합 그리고 그야말로 설렘으로 가득한 계절의 여왕을 보고 싶다. 그것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은 현재의 희망 사항이면서 과거를 잊지 않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는 5월의 산야와 우리 주변의 모습들! 아름다운 강산을 느낌이 아닌 체험 하면서 즐기는 심정으로 5월을 보내고 싶다. 더불어 즐기면서 사는 인생의 희로애락에서 즐거움과 기쁨의 조합을 매년 맞이하는 5월에 머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