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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핑 그라운드(Dumping ground)와 스팸(Spam)


이 경 로
 <본지 논설위원/ 반태산작은도서관장>

덤핑(dumping)의 어원은 쏟아버리기 또는 내버리기이다. 여기에 그라운드(ground)라는 말을 합성하여 생긴 조어가 바로 쓰레기 처리장을 의미하는 덤핑 그라운드(dumping ground)라 하는 말이다.

그런데 스팸이라는 말이 있다. 얼핏 보면 비슷할 수도 있다. 쓰레기라고 칭할 수 있는 것으로 사용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인터넷을 통해 일방적으로 대량으로 전달되는 광고성 메일이나 SMS 등을 말한다.

아무래도 사이버공간에서 행하는 것이라 자연환경과는 무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정신의 가치를 두는 세계에서의 스팸이라는 말은 거의 공포에 가깝다.

이에 반해 경제용어로 쓰이면서 채산을 무시하고 싼 가격으로 상품을 파는 행위인 헐값판매를 가리키는 말이 덤핑이다. 이러한 덤핑행위를 의미하는 것의 집산처를 공교롭게도 쓰레기 처리장으로 하여 덤핑 그라운드라는 말이 나온다.

이 두 가지의 말이 전혀 상관관계가 없는 말이기에 조금은 의아해할 수 있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버린다는 것이다. 버리는 것이 실제로 눈에 보이는 공간인 쓰레기 처리장이 되든 사이버공간에서 스팸이라고 하든 버릴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물건을 싼값에 판매하는 말에서 뒷글자인 그라운드가 붙었을 때 왜 쓰레기 처리장이 되었는지 참 궁금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덤핑이라는 경제용어 뒤에 이어진 말이 함께하여 쓰레기 처리장이라고 했는지 의아해질 수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덤핑을 친다는 경제용어로 되어 있지만, 판매자들의 입장에 덤핑물건에 대한 것은 사실상 용도폐기 직전의 물건이 대부분일 것이다.

물론 쓸모가 없어서 버리기보다는 유효기간과 유행에 뒤떨어져 물건의 가치가 하락할 수 있어 그나마 싼 값이라도 판매하는 덤핑물건이 되어 판매할 수 있다면 본전이라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시행하는 판매전략일 것이다.

그리고 덤핑물건이 그 덤핑 시한이 지나면 대부분 용도폐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럴 때 용도 폐기하는 물건의 집합이 한곳에 모이면서 아마 그라운드라는 말이 합성되어 쓰레기 처리장이라는 용어로 덤핑 그라운드가 되지 않았을까 유추해석을 해 본다.

한편 스팸은 말 그대로 예전에 스팸이라는 불필요한 사이버상의 쓰레기 몰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메일 등으로 집중적인 메일이 몰려오는 각종 광고성과 홍보용 메일이 넘쳐나면서 포털의 이메일에서는 아예 스팸 공간을 만들어 놓고 불필요한 이메일은 자신의 선택으로 이곳으로 모아놓게 하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삭제하도록 했다.

어떤 면으로 봐서는 덤핑 그라운드 공간이 바로 포털 이메일의 스팸 공간이라고 하면 맞는 말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한정할 수 없는 스팸이 참 많다. 가장 기본적인 역할로 본이 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스팸 같은 생활로 결국은 쓰레기 취급을 받아 사회의 멸시를 당하게 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공간이 바로 덤핑 그라운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성싶다.

사람들이 땅 위에 정착하면서 조직을 형성하고 신분을 나뉘었다. 어쩌다 보니 귀족 같은 반열에 들어 있었고 대를 이어 신분을 유지하기도 했고 간혹 잘못된 정책에 휘말려 신분이 박탈되어 최하위의 노예신분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었다.

덤핑 그라운드와 스팸이라는 말이 사람이 아닌 물건에 대한 대상이나 요즈음 과학 문명 시대의 총아인 일명 파일이라는 말로 대변하고 있지만 잘못된 사람의 경우 스팸이라고 칭할 날이 올 것이고 이들의 잘못된 행위가 모여 덤핑 그라운드가 될 수도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물을 사람의 가치로 판단할 수 없기에 사람에 대하여 쓰레기라는 말을 하면 인격모독이 될 수도 있다. 천부인권은 모두가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에게서 그 가치와 그 격(格)을 존중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순간에 그 격을 망각하고 자신만을 위하고 소속된 집단만을 위한 행위를 하게 된다면 스팸으로 묶어 덤핑 그라운드로 처리될 수 있기에 우리는 좀 더 정직하고 투명하면서 거짓이 없는 참 신뢰의 사회구성원으로 생활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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