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역사속의 호남 문화유산- 별천지 신선사상과 이상향 무릉도원-광한루원(廣寒樓苑) ②


김 도 영
<예원예술대학교 교양학부장/ 본사 자문위원>

명종의 친구이자 가사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松江 鄭澈, 1536~1593) 이 전라관찰사로 재임할 때 三神山(영주,봉래,방장)을 축조하고 더불어 호수를 확장시키는 등 대대적인 보수작업을 하였다.

松江은 어려서 명종 임금과 친구처럼 지냈고 내직에 있으면서 궁궐에 자주 드나들어 궁궐 조경을 익힐 수 있었으며 이 조경을 광한루에 접목시켰다.

경회루는 정면 7칸, 측면 5칸으로 건물을 지었고 연못은 땅을 상징하는 네모 형태로 파고 세 개의 인공섬을 만들어 삼신산을 조성하였다.

가장 큰 섬에 경회루를 짓고, 두 개의 섬에는 수목으로 처리하여 천체 우주관을 반영하였다. 광한루는 양수(陽數)인 홀수로 짓되 경회루보다 두 칸 적은 5칸으로 지었으며 누 앞에 은하를 상징하는 연못을 파고 삼신산을 조성하였다.

삼신산은 영주, 봉래, 방장산을 뜻하는 것으로 다시 말해 한라산, 금강산, 지리산을 의미하며 일찍이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여 보냈던 전설 속의 산이라고도 일컬어진다.

또 삼신산을 불가에서는 불국토를 의미한다. 광한루원 앞에는 동서 100m, 남북 59m에 이르는 정방형의 호수와 호수 속의 3개의 섬(삼신산), 그리고 서편에 4개의 홍예로 구성된 오작교로 구성되어 있다.

오작교는 평교지만 교각의 형태가 원형으로 된 홍예교로 누정원을 구성하는 구성물의 일부로 처리되어 있는데 직선적이고 평탄한 노면에 율동감을 주어 경관의 아름다움을 더해주는 요소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호수에 직녀가 베를 짤 때 베틀을 고이는 돌인 지기석을 넣고 견우가 은하수를 건널 때 쓰는 배인 상한사를 띄워 칠월 칠석의 전설의 은하수와 오작교를 상징한다.

호수는 현재 상태에서 1:2의 비를 갖는 장방형으로 축조되어 있으며 그 안에 3개의 섬이 동서방향으로 거의 같은 간격으로 배치되어 있으며 호수 북쪽 광한루 앞에는 돌 자라가 동남방향으로 향해 놓여 있어 신선사상에 입각한 지킴이의 기능을 갖고 있어 전체적으로 광한루원의 구성은 넓은 은하세계, 즉 천체우주를 상징하고 있다.

광한루는 정유재란(1597년) 때 불탔는데 인조 때인 1626년 남원부사 신감이 복원하였다. 누각에는 편액이 83점이나 걸려 있는데 주로 중수기나 누각에 올라 경치를 찬양하는 등루찬양시(登樓讚揚詩)로 180여 수가 남아있다.

<용성지(龍城誌)>에 전하는 광한루 예찬 시와 합하면 무려 200여 수가 넘는다. 대표적인 편액시는 누각 남쪽 정면에 걸려 있는 편액 하나에 새겨진 여섯 편의 시다. 맨 우측의 것이 점필재 김종직의 시며 두 번째는 「관동별곡」을 남긴 우리나라 가사 문학의 거두 송강 정철의 시다.

세 번째는 상촌 신흠의 시다. 신흠은 조선시대 4대 문장가 중의 한 명으로 광한루를 복원한 남원부사 신감의 형이다. 네 번째는 해남 출신으로 ‘봄 산 고사리만 보아도 고향에 돌아가고 싶은 것을 어찌하리요.’라는 애수어린 시를 남긴 옥봉 백광훈의 시이며 다섯 번째는 인조 때 영의정을 지낸 백강 이경여의 작품이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명나라 천자 만력제(萬曆帝)가 구원병으로 보낸 장수 천장 송대빈의 작품이다.

광한루는 이후 한일 병탄(경술국치)과 일제 강점기인 1910년부터 18년 동안 남원재판소와 헌병분견대(감옥)로 사용되어 돌기둥과 나무기둥 곳곳에 패인 자국만 남아있어 당시의 아픈 상처를 대변해 주고 있다.

좌측의 익루(翼樓)는 정조(1795년) 때 설치한 것으로 추울 때나 바람이 불 때 머무는 곳, 그리고 악사(樂士)들이 대기하는 공간 등 다목적으로 사용하던 공간이다.

누에 오르는 계단(月廊)은 고종 때인 1879년 남원부사 이용준이 북쪽으로 누각이 기울어지는 것을 방지하면서도 수리비를 최소화하여 만든 것이다. 기발한 착상으로 누각에 현관(玄關)을 붙인 시초가 되어 이후 건축물들의 모델이 되었다. 이 현관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사다리를 이용하여 누각을 오르내렸다고 한다. 
(문화재청 자료(호남문화유산 이야기 여행, 2011년)  참조.

<다음호에 계속>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