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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죽음


 이 경 로
< 본지 논설위원/ 반태산작은도서관장>
 
우리나라의 별이 또 졌다. 어찌 된 일인지 진보라고 칭할 수 있는 인사들이 줄줄이 문제가 되었는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서 시작하여 극단적인 죽음을 선택했거나 아니면 형사처벌의 문제가 되어 우리 곁을 떠났다.

언론에서는 좁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집무실 안에서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매우 한정되어 그들만의 행위에 대해서는 오로지 그들만 알뿐이라고 해서 박원순 시장의 미투 사건에 대한 죽음을 희화화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동양적 사고에 의해 어떤 행위가 사전에 있었다고 하더라도 죽음으로서 행위가 마감되면 사전의 어떤 행위도 불문에 부치는 유교적인 관습이 내재하여 있다. 그만큼 죽음은 숭고한 것이며 오죽이나 하면 죽음을 택했을까 하는 동정심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과거 박원순 시장은 인권변호사로서 활약했었고 시민단체 등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대한민국 대선후보의 반열에 오르는 등 나름대로 업적과 정치적인 입지가 대단하였으며 우리나라 수도 서울의 행정을 책임지는 시장에 당선되면서 올곧은 행정가로서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였다고 본다.

이제 죽음으로서 그의 행위가 멈춰지고 죽음 이전에 미투 사건으로 경찰에 피소되면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하였는데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되는 죽음이 모든 전말을 덮을 전망이다. 살아서 끝까지 해당 사안에 대하여 진실을 밝히는 것이 옳을 것 같지만 그의 행실로 봐서는 세상에 누를 끼치는 행위에 대한 자신의 명예 등이 손상되는 우려를 생각하여 그만 세상을 등지었던 것 같다.

우리 사회는 죽음 앞에서는 매우 초연하다. 망자의 행위가 어쨌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실에 대하여 유추해석을 하면서 문제를 야기시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비슷한 기간에 고 백선엽 장군이 영면에 들었는데 그의 젊은 시절 친일파로서 일제에 부역했다는 것과 6·25동란에서 혁혁한 공을 세워 대한민국을 지킨 군인의 영웅으로 상반되는 평가를 받으면서 또 한 번 여론과 국민의 생각이 갈리고 있다.

동시대의 두 사람에 대한 죽음을 놓고 갑론을박하면서 정치적인 대립과 여론의 생각이 매우 어지럽게 펼쳐지면서 국론이 분열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코로나19에 대처하면서 장마철의 집중호우로 인해 물리적 피해가 예상되는 우리나라에 정신적 지주를 가진 죽음에 관한 생각들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 같아 매우 안타까울 따름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책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존재하고 어떤 사안에 대하여서도 평가가 극명하게 다들 수 있다. 이번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엇갈리면서 평가가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도 있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모 유튜브에서 죽음에 대한 조롱거리라도 하는 것처럼 하고 또 법원에 서울시장(葬)에 대하여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각하 당하는 현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다시 한번 죽음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관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여 더욱더 안타까울 따름이다.

다행히 백선엽 장군은 대전 현충원에 영면하기로 하였으나 일부에서는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 묻혀야 한다며 반대를 하는 것도 조금은 좋지 않게 보인다. 6·25전쟁의 영웅이었지만 그것은 결국 국가와 민족에 대한 충성심의 발로였기에 이번 대전 현충원에 안장하는 것도 국가와 민족에 대한 유족들의 발로일 것이다.

이제 두 사람의 죽음에 대해 여론이 양분되면서 집단 이기주의 형식으로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일반 법치국가에서 제정된 법률에 의해 이루어지는 각종 법에 적용되는 것들은 그대로 따라야 할 것이다.

법을 무시하는 특혜성 적용이나 국가적인 인물들의 사후에 이들을 폄훼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한 번 우리 사회는 구세대의 인물들이 사라지면서 신세대의 새로운 인물들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지게 될 것이다.

두 분의 명예를 존중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이끈 영웅들이 있음을 아는 것도 역사를 냉철하게 보는 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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