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7월 백중일이 양력이었으면!


홍 성 근
<전, 동북초등학교 교장>
 
잘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원래 달의 기울기에 편승한 음력을 달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구한말 서양문물이 도래하면서 서양력에 관한 관심이 깊어지고 양력의 편리함이 세계적으로 각인되다 보니 양력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세계화의 통일된 날짜에 대한 구분을 위해 우리나라도 양력을 도입했는데 조선 정부가 태양력의 양력을 채택하면서 당시 음력 1895년 11월 17일을 양력 1896년 1월 1일로 삼았던 것이 양력을 도입한 역사적 사실이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음력이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금도 우리는 양력을 중심의 달력으로 표기하면서 부가적으로 음력을 표기하여 한반도에 알맞은 농업 달력으로 사용한다든지 아니면 사회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음력이 시행되고 있다.

오늘의 7월 15일은 원래 음력으로 치면 백중일이다. 이날은 해가 한가운데 떠 있는 날이다. 이를 살펴보면 백과사전 등에 나와 있는데 ‘이 무렵에 여러 가지 과실과 채소가 많이 나와 백 가지 곡식의 씨앗을 갖추어 놓았다고 하여 유래된 말이요, 중원은 도가(道家)에서 말하는 삼원의 하나로서 이날에 천상의 선관이 인간의 선악을 살핀다고 하는 데서 연유하였다’고 되어 있다.

7월 백중일이 양력과 혼동되고 있지만, 음력의 7월 17일은 이렇게 중요한 날이다. 무릇 절간에서는 공양을 올리고 제(祭)를 드렸고 민간에서는 제사를 지내고 남녀가 모여 춤을 추는 등 가무를 즐겼다고 한다.

이날 백중을 전후로 장이 서기도 했고 아랫사람들은 휴식을 취한다거나 마음껏 놀 수도 있는 그야말로 최고의 휴일이었다. 물론 더위가 한창때이기에 일하는 능률에 대한 우리 조상들의 시대적 지혜였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음력 7월 백중일이 점차 빠르게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한반도의 아열대 기후 변화에 맞춰 점차 기온이 상승하면서 지구 온난화가 가속되다 보니 우리 생활의 음력에 맞춘 백중일이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예전에는 양력의 기운이 음력과 맞지 않아서 윤달이라는 달력을 동남아시아 등에서는 사용하는데 우리나라 역시 양력의 태양력에 맞춰 음력을 조절하는 윤달의 기능이 있고 지금도 있지만, 여름철의 기후 변화가 매우 변화무쌍하면서 달라지는 기후에 따른 풍습도 변화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는 자연환경에 맞춰 많은 절기가 있다. 통상 24절기라고 해서 매월 두 번씩 보름 단위로 나뉘어 절기를 구분하는데 그중 7월 7일이 소서(小暑)이고 7월 22일이 대서(大暑)인데 그 가운데 7월 15일인 오늘이 끼어있다.

하지만 금년에는 장맛비가 7월 말까지 길어진다고 하니 근래 들어 가장 긴 장마로 기록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측이다. 여기에다가 코로나19의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여름철 대비 코로나19에 대한 확실한 종식이 선언되지 않고 또한 해외 유입자의 코로나19 감영이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다 보니 그렇게 썩 좋은 편은 아닐 것 같다.

7월의 여름 한 철에 습도가 높아지면서 불쾌지수가 만연되고 있지만, 냉방기구로 인한 시원한 여름을 지내는 것이 보통의 일상으로 되어 있어서 7월 백중의 한낮에 대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고 있다.

대신 에어컨 냉매에 의해 내뿜는 환경의 급속한 오염이 또 다른 문제로 야기되고 있지만 나 하나의 개인적인 상황으로 인식되어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문명의 도움을 받는 7월 백중일지라도 한 번쯤은 무더위 한복판에서 피부로 직접 느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시 칠월의 한더위가 내리쬐고 있다. 7월 백중일이 아직도 양력을 기준으로 9월 2일에 가서야 되고 있지만 마음 만큼은 일찍이 여름철 한낮의 느낌을 받고 싶다.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